‘불량학생’ 손가락질 당하던 소년, 물에 빠진 부녀 구해

celsetta@donga.com2017-07-07 16: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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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러시아 옴스크 주에 사는 뱌체슬라프 카르푹(Vyacheslav Karpjuk) 씨는 동네 강가를 산책하며 가족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논 두 딸(5세·7세)은 “피곤하지만 재밌었다”며 좋아했고, 바체슬라프 씨도 즐겁게 웃으며 아이들이 타던 자전거를 차 트렁크에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잠깐 눈을 뗀 사이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강둑 위에서 놀던 아이들이 물에 빠진 것입니다. 뱌체슬라프 씨는 아내에게 사람을 부르라고 말한 뒤 딸들을 구하러 물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5월 말이었지만 물은 아직 차가웠고 수영을 할 줄 몰랐던 두 아이는 아빠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 중 몇몇이 로프를 던져 주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뱌체슬라프 씨는 점점 몸에 기운이 빠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한 십대 소년이 옷을 벗고 얼음장 같은 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년은 뱌체슬라프 씨를 도와 아이들을 구해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사샤 예르긴(Sasha Yergin)이었습니다. 뱌체슬라프 씨 부부는 사샤에게 몇 번이고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했고, 위험을 무릅쓰고 세 사람을 구해낸 소년 이야기는 지역 언론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작은 반전이 있었습니다. 용감한 소년인 줄로만 알았던 사샤는 사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온 아이로, 주변 어른들 사이에서는 ‘반항아’, ‘머리는 좋지만 다루기 힘든 아이’로 통했던 것입니다. 사샤의 아버지는 가족을 외면했고 어머니는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습니다.

결국 사샤는 할머니 손에서 크게 됐지만 부모님 때문에 받은 상처는 아이를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던 아이는 점점 밖으로 돌게 됐지만 어른들은 그의 사정을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역 경찰도 종종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샤를 문제아 취급 했습니다.



고독한 반항아처럼만 보이던 사샤의 마음 속에는 따뜻한 친절과 남다른 용기가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전역에서 많은 이들이 사샤를 응원했고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자랄 수 있도록 후원하고 싶다는 연락도 많았습니다.

이제 사샤는 지역 청소년 복지단체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선한 마음을 간직한 소년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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