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없는 남자와 앞 안 보이는 남자, 15년간 숲 만들었다

celsetta@donga.com2017-07-07 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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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inhua/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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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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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 없는 남자와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혼자서는 행동에 제약이 있지만 둘이서 힘을 합치면 뭐든 해 낼 수 있습니다. 또래 친구인 지아 웬치(53)씨와 지아 하이샤(54)씨는 서로의 팔과 눈이 되어 15년 동안 수 천 그루 나무를 심었습니다. 두 중국 남성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BBC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습니다.

웬치 씨는 어린 시절 팔을 잃었고, 하이샤 씨는 20여 년 전에 공장서 일하다 눈에 돌조각이 튀어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중국 시골 황무지에 15년 째 나무를 심고 있는데요. 환경을 지키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몸도 성치 않은 사람들이 괜한 일을 한다”, “얼마나 오래 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둘은 보란 듯 숲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이샤 씨는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니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집에는 네 살배기 아들과 아픈 아내가 있었고 공장에서는 절 해고했죠.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 팔을 잃은 웬치 씨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너무 어릴 때 팔을 잃어서 사실 팔이 있던 때가 기억나지 않아요. 마을 아이들이 하는 건 다 따라하려고 애쓰면서 자랐죠. 목과 어깨로 물건을 지탱하는 법, 발가락으로 글씨를 쓰고 바느질하는 법을 자연히 몸에 익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친구가 된 두 사람은 마을 강변에 숲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웬치 씨는 하이샤 씨의 눈이 되었고 하이샤 씨는 웬치 씨의 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못 미더워하던 마을 사람들도 실제로 텅 빈 황무지에 나무가 채워지기 시작하자 두 사람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도 저희를 도와줍니다. 공구 손질을 도와주거나 잡초도 뽑아주고, 묘목을 사 와서 심으라고 선물하는 분들도 있어요.”

친구와 함께 덕을 많이 쌓은 보답일까요? 최근 하이샤 씨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의사로부터 ‘눈을 이식받으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하이샤 씨는 안구이식 희망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 둔 상태입니다.

하이샤 씨는 “만약 운이 좋아서 시력을 되찾게 된다고 해도 저는 제 인생 마지막 날까지 친구와 함께 나무를 심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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