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 항공, 또 인종차별 논란…두 자리 샀는데 “아이는 안고 타”

celsetta@donga.com2017-07-06 17: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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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hirley Mina Yamaguchi
지난 4월 정원을 초과해 항공권을 판매(오버부킹)한 뒤 이륙할 때가 되자 동양인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유나이티드 항공이 또 한 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를 데리고 탄 동양계 여성에게 옆자리에 승객을 앉혀야 하니 아이는 안고 타라고 강요했습니다. 이 여성은 자기 자리와 아이 자리, 총 두 자리를 정당하게 구매한 상태였습니다.

‌▶기사보기 : 유나이티드항공, 오버부킹 저지르곤 승객 질질 끌어내




사진=Shirley Mina Yamaguchi
7월 5일 KITV보도에 따르면 이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은 셜리 미나 야마구치(Shirley Mina Yamaguchi)라는 일본계 미국인 여성입니다. 하와이 카폴레이에서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셜리 씨는 보스턴에서 열리는 교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월 29일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습니다. 27개월 된 아들 타이조(Taizo)도 함께였습니다.

안전 규정상 두 살 이상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맨 채 비행해야 하기에 셜리 씨는 어린 아들을 위한 좌석도 구매했습니다. 그는 총 2000달러(약 231만 원)를 좌석 값으로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이륙 직전 승무원이 한 남성을 데려오더니 “이 분에게 자리를 넘기라”고 요구했습니다. 셜리 씨는 표 두 장을 보여 주며 “우리 아이 자리다. 돈 주고 산 자리를 넘기라니 무슨 소리냐”고 받아쳤지만 승무원은 이상한 소리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남성은 75달러(약 8만 원)을 지불한 대기명단 승객이었습니다. 셜리 씨는 자리 양보를 강요한 승무원의 얼굴과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남겼습니다.



사진=Shirley Mina Yamaguchi
“결국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3시간 넘게 앉아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팔다리가 너무 저려서 거의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얼마 전 끌려나갔던 승객들처럼 될까 봐 뭐라고 하지 못했다”며 억울해했습니다. ‘내가 이의를 제기해서 저 승무원들 심기를 건드렸다가 만에 하나 아이까지 거칠게 내동댕이쳐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분했지만 참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자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또 한 번 뒤늦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은 “탑승확인 시 아이의 항공권이 제대로 스캔되지 않아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셜리 야마구치 씨와 그 아드님에게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 아이 몫의 티켓값을 환불하고 바우처를 제공해 드리겠으며,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승무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셜리 씨는 “항공권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변명이다. 탑승 전 두 시간 동안이나 체크인 시간을 거쳤고 영수증도 받아 놨다”며 항공사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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