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듣기싫어…남친 역할 해주실 분?” 농담글 올렸다가 진짜 결혼

celsetta@donga.com2017-07-06 15:11:37
공유하기 닫기
지난 2014년, 동생 결혼식을 앞둔 리아 아포스톨루(Llia Apostolou)씨는 가벼운 걱정이 있었습니다. 자기보다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걸 보고 친척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할까 봐 신경이 쓰였던 것입니다. 당시 리아 씨는 만나는 사람이 없었고 딱히 남자친구를 절실히 사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잔소리 듣기는 싫었습니다. 리아 씨는 트위터에 농담조로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 혹시 남자분이신가요? 다음 주 주말에 결혼식 하객으로 갈 건데 당신을 좀 빌려도 될까요? 아기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제 아기라고 우길 수 있도록요.”

다분히 농담할 의도로 적은 트윗에 한 남성이 그는 “제가 해드릴 수 있어요. 정장도 있답니다”라고 답을 달았습니다. 필 깁슨(Phil Gibson)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는 없어 보였지만, 뭐 어떻겠나요. 리아 씨는 “좋아요. 식장에서 봅시다”라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쿨’한 리아 씨와 달리 필 씨는 한껏 들떠서 해맑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데이트네요! 그렇죠? 저희 할머니는 벌써 당신을 보고 싶어하신다구요!”

리아 씨도 천진난만하게 다가오는 남자가 싫지 않았나 봅니다. 그는 “글쎄요, 요즘 인터넷 데이트는 이런 식인가요? 그나저니 할머니가 절 보고 싶어하신다니 참 감사하네요. 하지만 할머니를 제 결혼식에 초대하지는 않을…아, 아뇨 잠깐. 여동생 결혼식 말이에요. 손가락이 미끄러졌네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유머로 만난 이 남녀가 과연 어떤 사이로 발전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3년 뒤인 2017년 7월 4일, 리아 씨는 우아하게 꾸며진 침실 사진 한 장을 올리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내 생일 축하합니다! 커다란 기둥이 네 개 달린 멋진 침대에서 눈을 떴네요. 옆에는 제 새신랑이 누워있습니다!”



네, 두 사람은 진짜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필 씨도 “해냈다! 혼인신고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라며 리아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행복해 했습니다. 신혼부부의 드라마 같은 사연은 미러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리아 씨는 “사실 여동생 결혼식에 정말 필과 함께 간 건 아니에요. 농담이었다고요! 하지만 트윗 주고 받은 다음에 진짜로 만났죠. 농담이긴 했지만 필과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그런 농담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필을 만날 수조차 없었을 테니까요. 인연이란 게 있나 싶어서 아직도 참 신기하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고 밝은 사랑을 가꿔 가는 리아 씨와 필 씨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부럽고 멋지다’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건 거짓말일 거야. 이렇게 ‘로코’처럼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가짜야 가짜!”라며 현실을 부정해 동정표를 사기도 했습니다.

영화처럼 만나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 세상에 정말 인연이 있는 걸까요?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