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아이들의 아빠 자처하는 ‘천사 아저씨’

celsetta@donga.com2017-07-04 17: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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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ohamed Bzeek/People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도 사랑 받아야 합니다.”

살아날 가망이 희박한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맞아들이는 남성이 있습니다. 그는 함께하는 동안 아이에게 온 정성을 쏟고 아이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면  정성껏 장례를 치러 줍니다. 그는 한 명이 떠나면 또 다른 아이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생활을 22년 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을 해낸 이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 아즈사에 거주하는 모하메드 비직(Mohamed BZeek·62)씨입니다. 모하메드 씨의 사연은 지난 6월 16일 피플(People)에 소개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모하메드 씨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열 명이나 되는 ‘자녀’들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가 돌본 아이들은 모두 불치병에 걸려 부모로부터 버려진 채 새 가족을 찾지 못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모하메드 씨는 아내 던(Dawn)씨와 함께 위탁 부모로서 아이들을 성심껏 돌봤습니다.



사진=Mohamed Bzeek/People
지난 2015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모하메드 씨는 ‘아빠 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여섯 살 된 딸아이(익명 요구)를 맡아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귀가 들리지 않고 눈도 보이지 않으며 소두증까지 가진 상태로 태어나 부모에게 외면당했습니다.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촉각’ 뿐입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따뜻하게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는 걸로 사랑을 전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 ‘널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여기 있단다. 넌 사랑 받는 사람이야. 혼자가 아니란다’라고 계속 말을 건넵니다. 들리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 주길 바라면서요.”

모하메드 씨는 딸은 물론 열아홉 살 된 아들 애덤(Adam)도 돌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 중인 애덤은 불완전골형성증을 앓고 있어 신발 신기나 목욕하기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위에서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십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 때마다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병든 아이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 의사소통을 하지 못 하는 아이들도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아이들도 누군가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괜찮아, 아빠가 여기 있단다.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꾸나’하고 말을 걸어요.”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병원에서 아동가족 서비스를 담당하는 로셀라 유세프(Rosella Yousef)씨는 “아픈 아이들을 돌봐 주는 위탁가정 부모님들 중에서도 모하메드 선생님은 특히 사랑으로 가득하신 분입니다. 의사들이 몇 주 못 살 거라고 판정한 아이도 모하메드 씨 집에 가면 훨씬 더 오래 생존합니다. 정말 친자식처럼 사랑으로 돌봐 주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아 출신인 모하메드 씨는 1978년 대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와 1989년 아내 던 씨와 결혼했습니다. 그는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아픈 아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적절하게 대처했지요. 아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떠난 아이들의 묘 앞에 앉아 있는 모하메드 씨. 사진=Mohamed Bzeek/People
모하메드 씨가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사랑과 보살핌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름’도 주고 있습니다.

“불치병 때문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대개 이름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아이들이 그렇게 잊혀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세상을 떠나도 누군가 묘비에 이름을 새겨 주고, 불러 줘야 하지 않겠어요. 모든 아이들은 사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친자식처럼 돌본 아이들을 열 명이나 떠나 보낸 심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주변에서도 모하메드 씨의 마음이 다칠까 봐 염려해 주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의연하게 말했습니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입니다. 마지막 순간이 오면 단 1분 1초도 미룰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겁니다. 사랑 받은 기억을 가지고 떠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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