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 완전히 안 보이는 英 대표팀 치어리더 “할 수 있어”

celsetta@donga.com2017-07-04 11:36:14
공유하기 닫기
사진=CFHTT
날렵한 몸놀림과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영국 여성 스테프 말파티(Steph Malfatti)씨는 누가 봐도 멋진 치어리더입니다. 동료들이 만든 ‘인간 탑’ 꼭대기에 올라가 두려움 없이 점프하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데요. 사실 스테프 씨는 왼쪽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오른쪽 눈은 아주 가까이 있는 사물이나 주변과 확실히 다른 형광색 정도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약합니다.

스테프 씨는 영국 패러치어(Paracheer) 대표팀에 소속된 실력자입니다. 패러치어란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팀을 이뤄 치어리딩을 펼치는 스포츠 종목으로 팀원 간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스테프 씨는 지난 4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약한 시력을 가지고도 멋진 치어리딩을 선보일 수 있는 비법을 밝혔습니다. 동료들 어깨에 밝은 색 천조각을 붙여 손 짚을 포인트를 표시하고, 바닥에서 텀블링 할 때는 진행방향 쪽에 서 있는 동료가 큼지막한 형광색 깃발을 들어 방향을 알려 준다고 합니다. 바닥에 그어져 있는 밝은 색 줄 표시도 현재 위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주변과 확실히 다른 색이 아니면 잘 구분되지 않아서 이런 방법을 쓰게 됐어요. 색깔을 따라 움직이면 동선이 꼬일 염려가 없거든요.”

본 공연을 앞두고 메이크업 점검도 직접 한다는 스테프 씨는 “눈이 거의 안 보이는데 화장도 스스로 한다니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아요. 할 수 있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동료들과 협동하며 매일매일 즐겁게 지낸다는 스테프 씨. 표정에서부터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데요. 그가 소속된 영국 패러치어 팀은 4월 30일 열린 국제치어연맹(ICU) 2017 월드챔피언십 패러치어 ‘여성 엘리트(All Girl Elite)’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우리 팀은 제게 있어서 가족과도 같아요. 패러치어는 저를 치어리더로,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