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돈 벌면 사주신댔어요…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눈물겨운 편지

celsetta@donga.com2017-07-03 17: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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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cebook(@davidbateman90)/BoredPanda
판다 인형이 너무도 갖고 싶었던 열 살 소년은 엄마에게 부탁했지만 엄마는 돈이 없었습니다. 봉급날은 아직 멀었고 빠듯한 살림에 생활비는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봉급 들어오면 사 줄 게”하고 아들을 토닥였고, 착한 아들은 인형이 다 팔릴까 조바심을 내면서도 엄마를 생각해서 얌전히 집에 돌아갔습니다. 인형 상자에 편지를 남기고서요.

‌영국 리버풀에 사는 레온 애쉬워스(Leon Ashworth·10)군과 어머니 데비(Debbie Ashworth)씨의 이야기입니다.

레온은 늘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판다 인형을 뒤로 했지만 인형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에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레온은 판다 인형이 담겨 있는 박스에 짤막한 편지를 남겼습니다.



사진=Facebook(@davidbateman90)/BoredPanda
“우리 엄마가 지금은 돈이 없어서 6월 15일에 사 주신다고 하셨어요. 제발 그때까지 이 인형을 사 가지 말아주세요. 만약 이 인형이 다 팔려서 못 사게 된다면 저는 너무 슬퍼서 울고 말 거예요. 이 인형 이름은 ‘팬디’ 예요! 제발 팬디를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어린아이 글씨로 꾹꾹 눌러 쓴 간절한 편지는 곧 상품 정리하던 아스다(Asda) 마트 직원 눈에 뜨였습니다. 당장 돈이 없어서 아들이 원하는 인형 하나 바로 사 주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과 그런 엄마를 생각해서 고민하다 박스에 편지를 적어놓고 떠난 아들의 마음을 헤아린 직원들은 감동적인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SNS에 박스 사진을 올려놓고 “이 편지 쓴 어린이에게 ‘팬디’를 선물하겠다”며 수소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슴 찡한 이 사연은 곧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아스다 마트가 인형박스 편지의 주인공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는 엄마 데비 씨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데비 씨는 아들 글씨체를 한 눈에 알아보고 마트 측에 연락했습니다. ‘팬디’는 무사히 레온의 품에 안겼고 레온은 활짝 웃으며 행복해 했습니다.



사진=Facebook(@davidbateman90)/BoredPanda
사진=Facebook(@davidbateman90)/BoredPanda
엄마 데비 씨도 레온 못지 않게 행복해 했습니다. 사실 데비 씨는 지난 1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잃은 뒤 깊은 상심에 빠져 있었습니다. 마트 측의 친절한 배려는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데비 씨는 6월 25일 SNS에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스다 마트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들에게 인형 사주려고 챙겨 뒀던 돈은 아기 잃은 부모들을 지원하는 단체 ‘인동덩굴 결연회(Honeysuckle Bond)’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15파운드(약 2만 2000원)는 기부금이라고 하기엔 많은 돈이 아니지만 천국으로 떠난 아가들을 위로할 작은 곰인형 몇 개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예요. 저와 아들이 받은 친절함을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따뜻한 마음이 돌고 도는 모습에 영국 네티즌들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스다 마트 참 잘했어요. 좋은 일도 하고 홍보도 하고 일석이조”, “코 끝이 찡해지네요. 모두들 행복하길 바랍니다”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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