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달러 기부한 98세 노인…그가 부자인 줄 아무도 몰랐다

celsetta@donga.com2017-07-03 16: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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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고 인상 좋으신 할아버지’. 러스 그레멜(Russ Gremel·98)씨에 대한 이웃들의 평가는 이 정도였습니다.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을 자랑하는 러스 씨는 여느 장수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는데요. 최근 온라인 매체 보어드판다가 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사실 ‘200만불의 사나이’ 였습니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살아온 사람이랍니다. 검소하고 소탈하게 말이죠. 주변 사람들이 내 재산에 대해 알아차리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돈이 있다고 해서 사치스럽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붕괴로 순식간에 집안 돈이 다 날아간 뒤 러스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그는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러스 씨는 우연한 기회에 월그린스(Walgreens·약이나 화장품 등을 파는 드럭스토어 체인)라는 기업 주식을 사게 됐습니다. 형의 조언으로 당시 막 떠오르던 신생기업 월그린스 주식을 약 1000달러 어치 구입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형은 “약과 화장품은 꼭 필요한 물건들이지. 지금 투자해 두면 언젠가 대박 날 거야”라고 말했고, 러스 씨는 ‘형 말이니 맞겠지’ 하고 벌어 둔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 뒤 해를 거듭할수록 월그린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대형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주식 가치 또한 수직상승했고 러스 씨는 200만 달러(약 2억 2900만 원) 주식 부자가 됐습니다. 큰 돈을 갖게 됐지만 러스 할아버지는 200만 달러를 조용히 계좌에 묻어 둔 채 일상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비밀은 최근 그가 기부를 결정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일리노이 주 ‘그레멜 야생동물·습지 보호공원’에 주식으로 번 돈 전액을 쾌척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자라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고 생활에 여유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분수를 넘을 정도로 탐욕을 부리다가는 행복을 망치게 돼요. 돈은 내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써야 합니다.”

러스 할아버지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현명하게 돈을 쓰신 할아버지가 존경스럽다”,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큰 돈을 벌었다고 소문나면 주변 사람들이 탐낼까 봐 혼자만 알고 계셨나 보다”, “돈 자랑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내시다니, 마음에 정말 욕심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입을 모아 할아버지를 칭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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