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나가기로 했다” 그렌펠 大화재 22층 여성 탈출기

phoebe@donga.com2017-07-03 11: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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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넘어가며 2시간 만에 탈출 성공
나오미 리와 남편 리 채프먼. 출처=JustGiving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 화재 참사에서 22층 거주자들은 단 둘만 살아남았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지옥 같은 현장에서 어떻게 기적적으로 걸어나올 수 있었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검은 연기로 가득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아파트 22층, 나오미 리(32) 씨와 사촌 리디아 리아오 씨는 희생자들의 시체를 넘으며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두 사람은 미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6월 14일 0시 54분(이하 현지시각) 당시 ‌120가구, 약 500명으로 추정되는 주민들이 거주한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나 건물이 거의 전소됐습니다. 이 사고로 최소 8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타이완 출신 항공 업계 직원은 리 씨는 7월 2일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본 장면에 항상 사로잡혀 있을 것 같다. 불이 나고 약 20분 후에 모든 이웃들이 아파트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우리는 잠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있는 이웃의 집에 피신해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침대에 들어가기 위해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데요, 연기를 보고 소방서에 전화를 하자,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리 씨는 남편 리 채프먼(29) 씨에게 불이 났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쿠알라 룸푸르 출장중인 채프먼 씨는 이후 2시간 동안 그렌펠이 불에 삼켜지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서 보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있는 집에 피신한 이웃들은 연기를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창문가에 붙었습니다.

리 씨와 사촌은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때 시각이 새벽 2시 30분이었습니다.

위험한 모험을 떠나기 전 리 씨는 그 집 어머니와 함께 기도했습니다. 당시 열린 창문가에서 울고 있던 아이는 유령처럼 매일 밤 그의 눈 앞에 환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리 씨는 계단으로 내려가기 직전, 남편에게 다시 전화했습니다. “여보, 우린 내려가지만 우리가 해낼지 못해낼지 알 수 없어. 사랑해”

두 사람은 젖은 수건과 옷으로 입을 가리고 연기가 가득한 건물 계단을 넘어갔습니다. 비틀거리다가 걸려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리 씨는 “짙은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리디아가 쓰러져 비명을 질렀고, 나는 일어나라고 소리쳤어요. 우린 내려가는 데 집중해야 했습니다.”

당시 리디아 씨는 시체를 밟았다고 말하고 울었습니다. 리 씨는 그건 사람이 아니라 그냥 옷이라고 사촌을 위로했습니다. “그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슬픈 경험이었을 겁니다.”

숨이 막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더 빨리 내려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았죠. 기적적으로 두 사람이 건물 15층에 다다랐을 때 소방관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3층 신선한 공기를 맞았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리 씨는 남편에게 “2시간 만에 나왔다”고 전화했습니다.

채프먼은 “어떻게 두 사람이 그 모든 난관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라고 감격한 듯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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