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머리증’ 유아, 엄마는 매일 아침 번뇌에…

phoebe@donga.com2017-06-30 1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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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에디션 유튜브 캡처
인사이드 에디션 유튜브 캡처
세상에는 희소한 유전 질환으로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빗자루 머리’, ‘트롤 머리’ 등으로 불리는 이 증상의 정식 이름은 ‘엉킴털증후군’(Uncombable Hair Syndrome)이라고 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100명에 불과한 사람이 이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6월 28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밀짚처럼 억센 데다 머리가 뒤엉켜 빗질을 아무리 해도 정리되지 않는 21개월 여자아이 피비 브래스웰(Phoebe Braswell)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엄마 제이미 씨는 딸의 머리카락을 예쁘게 빗겨주려고 아침마다 빗을 들고 씨름을 하지만, 피비의 머리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부스스한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는 “피비의 머리카락을 길들이기 위해 수십 가지 제품을 사용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항상 막 침대에서 깨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로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비를 본 사람들은 ‘엄마가 뭐하는 여자냐’고 핀잔하기 일 수입니다.

“한 번은 식료품 가게에 갔는데 한 여성이 제게 ‘딸이 아기 때 사진을 볼 때마다 엄마를 미워할 겁니다’라고 꾸짖었어요.”

사람들이 ”딸이니까 더 잘 꾸며야죠. 왜 포니테일로 묶어주지 않는 거예요?“라고 말할 때마다 엄마의 억장은 무너집니다. 아침마다 딸의 머리를 빗겨주느라 고군분투하는 제이미의 상황을 그들은 모르니까요.

제이미 씨는 억지로 포니테일 머리를 하면 피비가 아파해서 그냥 두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머리띠를 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엄마가 ‘게으른 여자’라고 말하지만요.

“피비는 트롤을 좋아해요, 그중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캐릭터 포피를 좋아합니다. 두 달 후에 피비는 만 2세가 되는데 그때 트롤을 주제로 한 파티를 열겁니다.”



피비의 머리카락은 트롤 인형과 비슷하다 
제이미 씨는 피비의 증상을 잘 몰랐다고 합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엉킴털증후군 기사를 보게 돼 “우리 피비 이야기야!”라고 했다는 군요. 이 증후군은 PADI3, TGM3, TCHH 중 하나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도 이 질환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피비는 8월에 정확한 유전검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독일 본 대학 인간유전학 연구소(Institute for Human Genetics)의 레지나 베이츠(Regina Betz) 교수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건의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아직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태에 대한 치료법은 없지만 나이에 따라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이미 씨는 피비가 나이 들어 학교에 갈 때 머리카락 때문에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불쾌한 말을 한다는 건 제게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면에서 다 다르고, 다르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가르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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