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여성은 ‘암소’보다 못한 취급 받는다”

phoebe@donga.com2017-06-28 11: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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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로 고쉬(Sujatro Ghosh)
한 23세 인도 여성 사진작가가 소 가면을 쓰고 정치적인 민감한 질문을 하는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환영을 받던 이 프로젝트는 곧 힌두 민족주의 악플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6월 27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왜 인도 여성들은 암소 가면을 쓰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보도했는데요. 델리를 근거지로 활동 중인 작가 수자로 고쉬(Sujatro Ghosh)는 BBC에 “우리나라에서는 암소가 여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도발적인 인터뷰를 했습니다. “많은 힌두교 인들이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암소보다,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 여성이 정의로운 판결을 받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인도는 여성에 대한 중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나라입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 15분 마다 강간 사건이 보고됩니다. “강간 유죄 판결은 수년 동안 지체되지만, 암소가 도살되면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즉각적으로 도살한 사람을 찾아내 살해합니다.” 그는 2014년 여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교 민족주의자 당인 ‘힌두트와(hindutva)’가 권력을 잡은 후 힌두교 단체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자신은 그에 대한 항의의 방법으로 암소 가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고기를 먹고 소고기를 저장했다는 소문 때문에 살해된 이슬람교도) 다드리 린치와 비슷한 종교적 공격을 받은 무슬림들이 걱정스럽습니다.” 암소 감시단의 활약(?)으로 최근 몇 개월 동안 암소에 대한 광적인 믿음은 더 강해졌다고 합니다. 몇몇 주에서는 법적으로 암소 도살이 금지되었으며 가해자에겐 엄격한 처벌이 도입됐습니다. 의회에서는 사형까지 들어간 법안을 고려중입니다.

수자로 고쉬(Sujatro Gh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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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고기는 무슬림들, 기독교인들, 수 백만 카스트 계급 하층민들에게는 필요한 음식입니다. 지난 2년간 ‘거룩한’ 암소의 이름으로 거의 12명이 사망했습니다. 표적은 종종 근거 없는 소문으로 정해집니다. 한 무슬림은 우유를 생산할 목적으로 젖소를 운반하다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몇 년 전 델리로 이주한 고쉬는 그제야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혼합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무언의 항의 양식입니다. 나는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달 초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산 소 가면을 가지고 유명 관광지나 정부 청사 앞 등지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면을 쓴 여성은 모두 그의 친구입니다. 민감한 주제였기에 잘 모르는 모델에게 부탁할 수 없었습니다.

2주 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처음 올렸을 때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죠. 하지만 이후 인도 언론에 보도되고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살해 협박을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고쉬와 모델을 힌두 사원으로 데려가 도살해 여성 언론인들에게 먹여야 한다고 정신 나간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일부 사람은 폭동을 선동하며 사진작가를 체포하라고 경찰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안에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힌두교 패권주의가 언제나 존재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이 문을 연 것입니다. 나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그는 전 세계 여성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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