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한때’ 사진 찍은 직후 끔찍한 사고가…

celsetta@donga.com2017-06-21 18: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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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iley Gomez
6월 13일, 아빠와 어린 아들은 미시시피 강에서 함께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뒷모습만 보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낚시 중인 것이 느껴지고, 아들도 아빠가 편히 쉬고 있다는 걸 아는지 얌전히 앉아 카메라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말릭 윌리엄스(Malik Williams·25) 씨와 여섯 살 아들 제이든(Jaden)입니다. 사진을 찍은 건 마침 근처에 있던 16세 학생 라일리 고메즈(Riley Gomez)였습니다. 평소 취미로 사진을 찍던 라일리는 그 날도 강가를 걸으며 풍경 사진을 찍고 있었고 부자(父子)의 평화로운 한 때를 보자 자연히 마음이 끌려 셔터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바로 직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잘 앉아있던 제이든이 물에 빠진 것입니다. 아빠 말릭 씨는 주저없이 강으로 뛰어들었고, 근처에 주차해 둔 차에서 둘째 아들 조지아(Joziah)에게 젖을 먹이던 엄마 헤더 홈즈(Heather Holmes·22)씨도 말릭 씨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아들 제이든은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구해 주었지만 말릭 씨는 결국 물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연인을 잃고 어린 아이 둘과 함께 세상에 남겨진 헤더 씨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을 때 헤더 씨에게 사진 한 장이 전달됐습니다. 라일리 학생이 찍은 바로 그 사진이었습니다.

“정말 슬프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사진을 보니 한 조각 희망이 되살아났습니다.” 헤더 씨는 투데이(Today)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말릭은 떠났지만 그는 제게 가족을 남겨 주었습니다. 이 사진 한 장에 말릭에 대한 많은 게 담겨 있어요. 말릭은 낚시를 좋아했고, 다정한 아빠였으며, 용감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준 라일리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헤더 씨를 위해 가족과 친척들은 온라인 모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1만 3000달러(약 1486만 원)가 넘는 돈이 모였고 헤더 씨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조금씩 일어서고 있습니다.

“저와 말릭은 학창시절부터 사랑을 키워 왔습니다. 말릭은 매일 아침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이었습니다. 저는 말릭에게 정말 많은 걸 의지했죠. 하지만 이제 그에 대한 사랑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혼자서도 꿋꿋이 살아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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