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틀리는 식당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드세요”

celsetta@donga.com2017-06-12 14: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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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aho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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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시켰는데 도가니탕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정말 황당하겠죠. 점원을 불러서 “이거 말고 돈까스 시켰는데요”라고 말하고 다시 해달라고 하거나, 기왕 나온 거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먹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도쿄 토요스에 있는 이 팝업 레스토랑에서는 시킨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와도 토 달지 말고 그냥 먹어야 합니다. 그게 가게 규칙이기 때문이라는데요. 가게 입구에 ‘주문 헛갈리는 식당(注文をまちがえる料理店)’이라고 큼지막하게 간판까지 걸어 놓았습니다.

6월 4일 의료저널리스트 이치카와 마모루(市川衛)가 야후 재팬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 식당에서 시키지도 않은 요리가 나가는 이유는 서빙직원 전원이 알츠하이머(치매) 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은 방금 들은 주문도 돌아서면 가물가물해지는 일이 많아서 주방에 잘못 전달하곤 합니다.

요리블로거 쿠도 미즈호 씨는 “햄버거를 시켰는데 만두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웃으면서 먹었죠. 아주 맛있더라고요”하고 말했습니다. 쿠도 씨를 비롯한 방문객들은 “치매 앓는 어르신들이 서빙한다고 해서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들어갔는데 다들 친절하셨고 음식도 맛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치매 증상이 가벼운 어르신들은 이렇게 사회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해 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식당 콘셉트가 워낙 확실하다 보니 “(주문이 틀릴 걸) 각오하고 왔는데 우리 테이블 음식은 제대로 나왔다. 안심되면서도 아쉽다”며 웃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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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으로 나선 할머니들도 “'나도 아직 일할 수 있다!'는 느낌이라 기운이 펄펄 났다”, “자식이나 손주뻘 되는 젊은 손님들이 응원해 주고 이해해 주니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참 기뻤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6월 2일부터 4일까지 기간한정으로 열린 ‘주문 헛갈리는 식당’은 오는 9월 21일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과 손님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니 고정적으로 영업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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