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교통사고 논란 “행인들, 보고도 모른 척”

celsetta@donga.com2017-06-09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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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중국 허난 성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CCTV 영상이 최근 공개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6월 8일 온라인 매체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영상 속 여성은 빨간 불로 바뀐 뒤에도 횡단보도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잠시 속도를 줄이나 싶더니 여성을 외면하고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이 끔찍한 장면을 본 몇몇 네티즌들은 행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장면을 보고서도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행인 중 몇 명이 휴대전화로 교통사고 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현장에 뛰어드는 이는 없었습니다.

한편 “섣불리 나섰다가 다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사고 당한 여자가 보험금 노린 사기꾼일 수도 있다. 도와주려다가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데 뭘 믿고 도와주나”라며 행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다고 두둔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중국에서는 백주대낮 길거리에서 구타당하는 사람, 뺑소니사고 당한 사람을 보고서도 아무것도 못 본 척 지나가는 ‘집단적 무관심’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민들이 남의 불행을 못 본 체 하게 된 이유로 2006년 내려진 한 판결을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당시 ‘펑위(Peng Yu)’라는 한 남성이 길에서 다친 할머니를 부축해 병원에 데려갔다가 가해자로 몰려 고소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일을 지켜본 중국인들 마음속에는 ‘괜히 좋은 일 한다고 나섰다가 펑위처럼 험한 꼴 당하기 십상’이라는 사고가 자리잡게 됐습니다. 2012년 펑 씨가 실제로 할머니를 버스에서 떠민 ‘진짜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한 번 뿌리내린 사고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해야 한다”, “아니다. 남을 돕거나 돕지 않는 건 개인 양심 문제지 법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s Law·구조불이행죄)은 구조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위험이 초래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을 외면했을 경우 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으로, 남을 도우려다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해 주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에서도 한 택시기사가 운전 도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 두 명은 눈앞에서 기사가 의식을 잃었는데도 ‘공항버스 탑승시간에 늦을까 봐’ 119에 신고하지 않고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 버렸습니다. 이들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지만 법적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적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자기가 위험하지 않은데도 남을 돕지 않는 건 죄악이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수수방관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반면 법 적용에 반대하는 이들은 “양심과 도덕을 법의 영역으로 가져오면 개인 자유가 침해 당하게 된다”, “단순 목격자조차 처벌당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의료인을 대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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