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시도 지적장애 딸 붙잡아 살린 母…‘국민께 사과’한 父

celsetta@donga.com2017-06-07 16: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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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뉴스
아파트 12층 베란다에서 투신을 시도한 딸 손을 15분 넘게 붙잡아 살려낸 어머니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사람 체중을 한 팔로 버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강했습니다.

지난 6월 1일 오후 4시 반 경 광주 북구 119상황실에 ‘한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안에서 누가 붙잡고 있는데 오래 못 버틸 것 같으니 빨리 와 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구조인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투신을 시도한 여성 A씨(21)는 가까스로 팔을 붙잡은 어머니 덕에 공중에 매달린 상태였습니다.

구조대는 집 안으로 들어가 여성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현관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딸을 붙잡고 있느라 문을 열어주거나 번호를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구조대는 “손 놓치지 마세요! 꼭 잡고 계세요!”라고 외치며 여성을 받아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한 구조대원이 “매달려 있는 여자분 우리 경찰서에 자주 장난전화 하던 사람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A씨는 평소 자주 112에 장난전화를 걸었고, 경찰관들은 장난전화 처리과정에서 A씨 아버지와 통화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장돼 있던 A씨 아버지 전화번호로 연락한 구조대원들은 가까스로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A씨를 끌어올렸습니다.



알고 보니 A씨는 최근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적응하지 못하고 퇴원해 집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집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밖으로 나가려 했고, 어머니가 혼자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리자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 한 것입니다.

구조대원들은 “15분 넘게 어머니가 꽉 붙들고 계셨다. A씨가 자주 장난전화 걸던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 낸 지구대원 덕에 빠르게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채널A 뉴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A씨 아버지는 6월 4일 연합뉴스에 “딸 자살 시도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다”며 애절한 사과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우리 딸은 네 살 때 뇌척수염을 앓은 뒤 지적장애를 갖게 됐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라 어른들 관심을 끌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눈 몰래 나가 파출소나 소방서를 돌아다니고 응급실에도 일부러 실려가 검사해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이제 너도 어른이니 그런 데 놀러 가면 안 된다”고 하자 112나 119에 장난전화를 걸기 일쑤였습니다.

A씨 아버지는 “딸 상태를 조금이라도 호전시켜 보려고 교육이나 치료도 받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 성인이 돼서 딸을 보호해 줄 시설도 마땅히 없다. 항상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딸을 도와 줄 방법을 아시는 분은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가장 큰 소원은 자식보다 부모가 오래 사는 것”이라고 밝힌 A씨 아버지. 성인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더 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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