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바지에 ‘실례’한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celsetta@donga.com2017-06-05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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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사 레밍 잭슨 씨 페이스북
마트에서 장을 보던 당신, 옆에서 카트를 부여잡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냥 고개를 돌리기도 애매하고 해서 가볍게 목례한 뒤 물건을 마저 보려는데 할아버지의 눈빛이 많이 불안해 보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 조지아 주에 사는 여성 리사 레밍 잭슨(Lisa Lemming Jackson)씨는 대형마트 크로거(Kroger)에서 장을 보던 도중 이렇게 불안해 보이는 할아버지를 마주쳤습니다. 모른 척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노인을 외면하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상냥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망설이던 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대장암 때문에 바지에 ‘사고’가 났는데,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면 바닥이 더러워질 게 뻔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딸 뻘인 리사 씨에게 힘겹게 말을 꺼낸 노인의 눈에 눈물이 일렁거렸습니다.

리사 씨는 깜짝 놀랐지만 할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 드리기 위해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리사 씨는 주변에 지나가는 남성 직원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직원은 할아버지를 신속하게 화장실로 모셔가고 새 속옷과 바지를 입혀 드렸습니다. 바닥도 바로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화장실로 걸어가는 내내 할아버지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리사 씨는 마음이 아파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깔끔하게 씻고 나온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렸습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베트남전,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신 분이셨어요.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지만 지금 미국은 참전용사들이 나이 들고 병에 걸려 힘들게 살아가는 걸 잊고 있는 것 같다며 슬퍼하시더군요. 할아버지와 저는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리사 씨는 주변 사람들이 좀 더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라며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따뜻한 배려로 낯선 노인의 마음을 다독여 준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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