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앞두고 의식불명 된 신부…8년간 기다린 신랑

celsetta@donga.com2017-06-02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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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아직 젊어. 언제까지고 자네가 딸아이를 기다리게 놔둘 순 없네…”

“기다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해 주십시오.” 예비 장인장모의 말에 니시자와 히사시(西澤尚志) 씨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히사시 씨는 2007년 3월 사랑하는 여자친구 나카하라 마이(中原麻衣)씨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식장까지 예약했지만 행복한 설렘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결혼식 3개월 전 예비신부 마이 씨가 돌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 것입니다. 마이 씨는 결혼식 날이 다가오는데도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고민하던 히사시 씨는 예약했던 예식장 ‘아베릴 영빈관’ 오카야마 지점에 연락해 “신부가 많이 아파서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 것 같다”며 취소는 하지 않을 테니 일단 보류상태로 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베릴 측은 기꺼이 보류로 돌려주겠다고 대답했고 히사시 씨는 여러 번 감사를 표했습니다.

결혼식은 무기한 연기됐고 히사시 씨의 기나긴 기다림은 시작됐습니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매일매일 마이 씨 병실에 찾아와 손을 붙잡고 한참 말을 걸었습니다. 출근 전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쪼개 하루 세 번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마이 씨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였지만 히사시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마이 씨 부모님이 나서서 예비 사위에게 다른 여성을 만나라고 권했지만 히사시 씨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몇 달 몇 년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6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2013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이 씨의 상태가 놀랍도록 호전돼 의식이 돌아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눈짓으로만 의사소통할 수 있던 마이 씨는 점점 굳었던 몸이 풀어지며 웃기도 하고 말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릴없이 기다리던 히사시 씨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고 마이 씨는 자기가 병상에 누워 있던 6년 동안 남자친구가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6년 동안 누워있던 사람을 어떻게 기다렸을까요.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행복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쳤습니다. 남자친구를 위해서라도 꼭 재활에 성공해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마이 씨는 자기 힘으로 예식장에 입장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활 치료에 몰두했고, 2014년 6월 아브릴 예식장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비 부부가 ‘보류’ 했던 결혼식 일정을 다시 잡아 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레 묻자 아브릴 측은 흔쾌히 “물론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침내 2014년 12월 21일 8년에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은 결혼식이 거행됐습니다. 양가 부모님과 친척 친구들, 그리고 아브릴 예식장 스태프 전원의 축하를 받으며 드디어 하나가 된 마이 씨와 히사시 씨. 결혼식장은 기쁨의 눈물로 가득했습니다.

“남편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고, 사랑해요.”
“저는 마이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고 결혼식장까지 잡았습니다. 제 마음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은 이미 부부나 다름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일본 전역에 알려지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었고 책으로도 엮여 출판됐습니다. 히사시 씨와 마이 씨의 러브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져 2017년 겨울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 준 아름다운 부부, 일평생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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