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델 “현대차, '월경 중' 이유로 날 해고…화장실 갈 시간도 안 줘”

celsetta@donga.com2017-06-02 16:48:22
공유하기 닫기
사진=BBC
지난 4월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 부스 담당으로 일하던 모델 레이첼 리커트(Rachel Rikert·27)가 “월경 중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았다”며 현대차 미국법인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5월 31일 BBC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커트는 국제오토쇼 개막 하루 전인 4월 13일 프레스데이 행사 보조역으로 현대차 부스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월경 중이었던 리커트는 “화장실 다녀 올 시간(toilet break)이 잠깐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바쁜 시간에 행사장을 이탈해서는 안 된다며 핀잔만 들었습니다. 리커트는 “3시간 가량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 탐폰(생리대)을 제 때 교체하지 못해 옷과 스타킹에 피가 묻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그는 매니지먼트 회사 ‘Experiential Talent’ 담당자 에리카 사이프리드(Erika Seifred)에게 메시지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 묻은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사이프리드로부터 돌아온 답장에는 “현대차 측에서 리커트 씨를 귀가시키기 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일단 행사장을 떠난 리커트는 오토쇼 개막일인 14일 아침에 정상 출근했지만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이프리드 씨에게 물어보니 현대차 측에서 ‘어제 일을 전달받았다’며 더 이상 나를 고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더라. 정말 복잡한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리커트는 “해고 통보를 받고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현대차 부스에서 일하려고 다른 오토쇼 지원 기회도 포기했다. 이건 옳지 않다. 월경은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며 난 특혜를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분개했습니다. 리커트는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US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및 매니지먼트사를 상대로 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5월 30일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레이첼 리커트는 50여 개의 자동차 관련 컨벤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한 번 쇼에 참여할 때마다 약 5000달러(약 561만 원)를 받는 경력자입니다. 리커트는 “월경 중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것은 정말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대변인은 BBC에 “아직 EEOC로부터 해당사건 관련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비롯 어떠한 이의 제기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확히 조사한 뒤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