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고장나 졸업식 못 간 청년, 열차 안에서 ‘셀프 졸업식’

celsetta@donga.com2017-06-02 14: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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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헌터대학교 졸업생인 마르코 알칸타라(Marco Alcantara·22)씨는 5월 30일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4년간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장을 받는 뜻 깊은 행사라 뿌듯한 마음으로 학사모와 가운을 챙겼지만 지하철 고장 탓에 제 시간에 맞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두운 통로에 멈춘 열차 안에서 승객들은 답답해 했습니다. 금방 고쳐질 줄 알았던 열차는 수십 분이 지나도록 움직일 줄을 몰랐고, 승객 구조열차조차 신호기 문제로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졸업식 시간에 맞추지 못하게 된 마르코 씨는 답답함에 한숨을 쉬다가 이내 마음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졸업식 식장에 들어갈 수 없다면 자기만의 졸업식을 치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생애 첫 대학 졸업식 날을 불평불만으로 채우는 건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승객들은 다들 한껏 짜증이 난 상태였고 전 이미 졸업식에 완전히 늦어 버렸죠.” 마르코 씨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느꼈던 기분을 전했습니다.

“이왕 늦었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즐겨 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사모와 졸업 가운을 착용한 다음 승객들에게 ‘여러분, 오늘은 제 졸업식 날입니다. 졸업식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죠.”

짜증과 분노, 지루함으로 가득 차 있던 열차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승객들은 마르코 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한 승객은 “졸업 축사는 내가 하겠다”며 대학교 총장 역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승객 나디야 아프잘(Nadiya Afzal) 씨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즐겁고 유쾌했죠. 마르코 씨는 특별한 청년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 행복하게 해 주는 진정한 ‘긍정 마인드’ 소유자 마르코 씨. 그는 “졸업식장에 못 갔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요. 제 시간에 도착했더라도 어차피 졸기밖에 더 했겠어요?”라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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