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뚱뚱해서’ 루이비통 쇼에서 해고당한 모델

celsetta@donga.com2017-05-29 1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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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율리케 호야 인스타그램(@ulrikkehoyer)
덴마크 출신 율리케 루이즈 란 호야(Ulrikke Louise Lahn Høyer·20)는 존 갈리아노, 클로에,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 캐스팅 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패션모델입니다. ‘모델’하면 생각나는 큰 키에 마른 몸매를 가진 율리케의 기성복 사이즈는 유럽기준 34~36(한국기준 44~55)으로 ‘엑스트라 스몰’ 사이즈입니다.

모델로서 몸매에 큰 불만 없이 지내 왔던 율리케는 5월 14일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프렌치 패션 크루즈 쇼 직전 “너무 뚱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170이 넘는 큰 키에 44사이즈밖에 되지 않는 모델이 뚱뚱하다니, 다이어트와 금식에 익숙해져 있던 율리케로서도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곧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패션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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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루이비통 쇼에 서려고 피팅(쇼에 서기 전 옷을 미리 입어보는 것)을 하고 있었어요.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었는데 캐스팅 에이전트 알렉시아 쉐발(Alexia Cheval)씨가 오더니 ‘율리케 씨는 배가 너무 나왔고 얼굴도 부었네요. 등 라인도 군살이 있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모델들이 보는 곳에서 절 망신 준 겁니다.

황당했습니다. 제 납작한 배를 보고도 ‘배 나왔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요. 심지어 ‘내일 쇼 있으니까 24시간 동안 음식 먹지 말고 물만 마시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굶었는데 새벽 2시에 눈이 떠졌어요. 너무 배고파서요.

다음날 아침 모델들이 숙소 식당에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데 알렉시아 씨는 제가 밥을 먹나 안 먹나 감시했습니다. 낮 12시가 되자 제 피팅 스케줄이 미뤄졌다는 연락을 받았고, 오후 7시에 소속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루이비통 측이 절 해고했다는 거였죠. 파리 패션쇼 때보다 살이 쪘고 얼굴이 ‘퉁퉁’해졌다고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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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3시간 후 저는 덴마크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습니다.

저 역시 모델로서의 제가 ‘상품’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패션계에서 요구되는 외모를 갖춰야 하죠. 하지만 지금 모델업계에 있는 여성들은 너무나 말라서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나이 들면 골병 들지 않을까 의심될 지경입니다.

제가 15살 소녀가 아니라 20살 성인이라 다행입니다. 저보고 ‘뚱뚱해졌다’고 말한 그 에이전트가 이상한 거지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엉덩이 둘레가 0.5cm 늘었다고 해서 ‘너무 살쪘네’라고 말하는 건 절대 정상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참 좋은 분들과 일해 왔고 일하고 있습니다. 제게 모욕을 준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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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들에게 ‘미적 기준’을 심어 주는 패션계에서 심각하게 마른 모델만을 선호하는 현상은 십 수 년 전부터 비판받아 왔습니다. 왜곡된 미적 기준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극단적 저체중 모델 쓰지 않기’ 운동도 벌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남녀 불문하고 정상체중에 한참 못 미치는 마른 모델들을 선호합니다.

패션계의 고질적 문제를 고발한 율리케의 글은 곧 화제가 됐습니다. 패션 매체 ‘얼루어(Allure)’는 5월 18일 “루이비통 측에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며 답변을 받을 경우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지만 29일 현재 후속 보도는 올라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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