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에서 '윌리엄'이 나왔네요” 센스 있게 클레임 건 손님

celsetta@donga.com2017-05-24 1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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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부당한 일을 겪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물건을 샀는데 하자 있는 상품이 온다거나, 샘플컷과 달라도 너무 다른 물건이 오기도 하죠. 직접 눈으로 보고 샀어도 막상 집에 와서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대부분 소비자는 화를 내며 구입처에 가서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 남성은 분노 대신 위트와 풍자로 대처했습니다.

‘테스코’ 마트에서 산 오이에 지렁이가 붙어 있는 걸 본 영국 남성 웨스 멧캘프(Wes Metcalfe)씨. 그는 화 내는 대신 센스 있게 이의를 제기해 쏠쏠한 보상도 받고 SNS에서 이름도 알렸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오이에 붙어 있는 지렁이를 발견한 그는 SNS에 글을 올려 테스코 고객관리팀을 ‘소환’했습니다.

“친애하는 테스코 여러분. 전 어제 여러분이 파는 최상품 오이 하나를 구입해 왔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이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말이죠.

그런데 오이 랩 포장을 벗기는 순간 전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테스코도 경쟁사 알디(Aldi)처럼 살아있는 무언가를 끼워 팔기로 했구나!’ 라고요(‘알디’ 마트에서 판 바나나에 독거미가 붙어있던 사건을 빗댄 표현).

저는 신이 나서 아래층에 있는 아이들을 불러 ‘우리 집 새 애완동물한테 인사하렴!’ 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지렁이를 ‘윌리엄’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윌리엄은 기운이 없는 듯 가만히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녀석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좀 주기로 했죠. 새 집에 왔으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윌리엄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가까이서 보니 녀석은… 꽤… ‘납작’ 하더군요. 그제서야 전 윌리엄이 숨을 거뒀다는 걸 깨달았죠.

전 수의사는 아닙니다만, 아마 귀 마트 측이 오이를 랩으로 꼭 눌러 포장했기 때문에 불쌍한 윌리엄이 짓눌려 사망한 것 같습니다. 알디 마트에서 증정했던 거미는 살아있었다구요!

우리 아이들 세 명은 윌리엄의 죽음에 몹시 낙담해 있습니다. 조만간 윌리엄 장례식을 치러 줄 예정이고요. 저 또한 오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엔 이미 입맛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습니다.

자, 테스코 마트 여러분. 어떻게 해 주실 건가요? 답변 기다릴게요.”

분노와 욕설 대신 유머로 클레임을 건 웨스 씨. 그의 글에 답변을 단 서비스 담당자 ‘롭(Rob)’씨 또한 한 유머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롭 씨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웨스 씨. 윌리엄이 세상을 떠났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제가 애도하는 의미에서 시를 한 편 지어 보았는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윌리엄을 향한 추모시>
인생에는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이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벌레 윌리엄으로부터 많은 걸 배운다.
자 이제 모여 촛불을 밝히고 벌레 윌리엄이 살아온 삶을 기리자.
불빛은 찬란하게 빛나네, 밤 새워 스폰지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인생의 교훈을 되새기자.
윌리엄은 멀고 먼 거리를 꿈틀거리며 기어 왔다네, 우리에게 미소를 선사한 윌리엄이여.
이제 우리는 여기 모여 자신 있게 말하노라.
윌리엄은 언젠가 돌아오리, 그리고 샌드위치 만들기 전에는 항상 체크하리.

윌리엄의 명복을 빕니다.
고객관리팀 롭 드림”



유머로는 지지 않는 직원의 편지에 웨스 씨도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그는 자녀들과 함께 진짜로 ‘윌리엄 장례식’ 사진을 찍어 올리며 “테스코 직원 롭 씨, 당신의 추모시를 낭송하면서 우리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벌레 장례식에는 비용이 든답니다. 그에 적합한 보상을 테스코에서 해 주실 거라고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유쾌한 ‘클레임 공방’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고, 테스코 측에서는 싱싱한 새 오이와 적절한 보상으로 웨스 씨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고 하네요.

만족한 웨스 씨 역시 “윌리엄의 죽음에 테스코 여러분이 보여준 성의에 감사합니다. 진심 어린 추모시에 온 가족이 감동했습니다. 앞으로도 오이는 테스코에서 사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모두가 만족했으니 참으로 ‘훈훈’한 클레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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