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학교폭력 막았다” 엄마의 이유 있는 자랑

celsetta@donga.com2017-05-15 17: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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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irror
최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왕따 당하는 학생을 억지로 초대한 다음 욕설을 퍼붓는 등 온라인 괴롭힘(cyber bullying) 문제가 심각하죠.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여성 레이첼 햄블턴(Rachaele Hambleton·34)씨는 딸 벳시(Betsy·12)가 “엄마, 요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라며 핸드폰을 내밀자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쓰는 스냅챗 메신저에서 잔혹하고 비열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벳시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아이들은 이 행동을 ‘레터 X(letter X)’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특정한 학생(‘희생자’)을 정해 놓고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은 채 특징을 설명하면 누구인지 맞추는 놀이라는데요. ‌

문제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만, 그것도 아주 끔찍한 표현을 써서 모욕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애는 정말 못생긴 애야. 만약 내가 그렇게 태어났더라면 부모를 원망했을 거야”, “그 애는 정말 소심하고 매력 없고 당연히 친구도 없는 애야. 누군지 알겠지?”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잔인한 게임이 끝나면 대화 내역을 캡처해 스냅챗에 익명으로 올린다는 겁니다.

레이첼 씨는 딸이 보여준 화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열 살 조금 넘은 아이들이 친구를 은근히 무시하고, 대놓고 욕하고, 외모나 몸무게를 가지고 조롱하는 걸 보니 너무도 괴로웠습니다.

분노에 치를 떨던 레이첼 씨를 진정시켜 준 것은 딸 벳시였습니다. 벳시는 “엄마, 전 이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냅챗에 글을 올려서 이런 건 이제 그만하자고 했어요. 잔인하고 역겨운 짓이라고 썼죠. 그랬더니 몇몇 친구들이 저한테 찬성하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첼 씨는 딸이 학교폭력에 용기 내 맞선 것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사진=Plymouth Herald
사실 벳시는 얼마 전 다른 친구를 괴롭혔다가 엄마에게 눈물 쏙 빠지도록 혼 난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점심밥을 뺏어 먹고 놀려댄 것입니다. 레이첼 씨는 자기 배 아파 낳은 딸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꼴은 볼 수 없었습니다.

당시 레이첼 씨는 즉각 선생님에게 전화해 그 일을 알렸고, 벳시에게는 “친구와 그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편지를 써 보내고 일주일 내내 네 용돈으로 그 친구한테 점심을 사 주도록 해”라고 엄하게 말했습니다. 호되게 혼난 벳시는 장난이었다고 변명했지만 나중에는 자기가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친구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했습니다.

그렇게 큰 교훈을 얻은 벳시가 이번에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자칫 ‘대세’를 거슬렀다가는 자기가 왕따 타겟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기를 낸 딸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던 레이첼 씨는 SNS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렸습니다. 이 글은 3만 7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으며 미러 등 매체에도 소개됐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벳시에게.

네가 ‘레터 X’라는 걸 보여줬을 때 엄마는 정말 충격을 받았단다.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비열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엄마가 어렸을 때도 왕따는 다 있었어. 책상에 낙서를 하거나, 신나게 떠들다가 그 아이가 들어오면 입을 딱 다물고 비웃는 시선만 던지거나… 엄마도 그런 일을 방관한 적 있었단다. 그러다 어느 날 학교에 가 보니 이번엔 내가 왕따 타겟이 되어 있었어. 겉으로는 쿨한 척 했지만 매일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했단다.

전 세계 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가해자들의 행동이 피해자에게는 생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상처가 되는 거지.

그래서 엄마는 약자를 위해 싸워 준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네가 왕따 타겟이 될 위험이 있는데도 ‘이런 짓 하지 말자’고 나섰다는 건 진정한 용기야. 엄마는 네 앞날을 영원토록 응원하고 지켜 봐 줄 거란다. 사랑한다. 벳시. 엄마가.”


‌네티즌들은 "벳시가 제대로 반성했구나. 엄마가 정말 멋진 분이다", "'왕따도 이유가 있어서 당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본인이 당하게 될 거다", "괴롭힘, 은근한 따돌림 같은 거 제발 없어졌으면"이라며 벳시와 레이첼 씨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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