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시신으로 목숨 부지한 광부 “악몽 시달렸다”

celsetta@donga.com2017-05-15 15: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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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투청 지역에는 폐쇄된 탄광이 있습니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마저 도는 이 폐광에서는 1984년 6월 20일 원인 불명의 폭발사고가 발생해 94명의 광부들이 산 채로 매몰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고 직후 탄광으로 달려온 피해자 가족들은 목 놓아 절규하며 소중한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원했지만 살아 돌아온 것은 단 한 명, ‘저우 종루(Zhou Zonglu·당시 56세)’라는 광부 뿐이었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빛을 보게 됐지만 저우 씨의 표정에는 그늘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존했느냐고 묻자 저우 씨는 힘들게 당시 상황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가능한 한 환기구에 몸을 바짝 붙이고 일산화탄소 중독을 막기 위해 자기 소변으로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렸습니다. 수분보충 역시 소변과 바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로 해결했습니다.

숨 쉬는 것과 물 보충은 어떻게든 손 쓸 방법이 있었지만 식량이 없으니 배고픔은 해결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언제 구조대가 올 지 알 수도 없고 빛 한 줄기 없는 땅 속 깊은 곳에 갇힌 상황. 마냥 굶다가는 그대로 죽겠다고 생각한 저우 씨는 결국 평생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폭발로 이미 목숨이 끊어진 동료의 시신으로 목숨을 부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미안해, 미안해… 살아 나가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살게…’ 속으로 끝없이 되뇌며 저우 씨는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눈물과 구역질이 끊임없이 올라왔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견딘 저우 씨는 사고발생 96시간 만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은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동료들이 꿈에 나타나 “날 먹었지! 날 먹고 살아남았어!”라며 그를 저주했고 대중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인육을 먹느냐’,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라는 두 파로 갈려 매일같이 저우 씨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 뉴욕타임즈에도 소개되며 갑론을박이 벌어질 정도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10여 년 후 유가족들이 “그를 이해한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용서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서야 저우 씨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종교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몫까지 베풀고 살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저는 93명의 삶을 대신 사는 것입니다. 제 목숨은 제 것이 아닙니다. 동료들 대신 살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우 씨는 2016년 6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 'Hefty'등 온라인 매체들이 그의 인생사를 재조명하자 네티즌들은 "기구한 삶이다",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제 편히 내려놓고 쉬시길"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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