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대왕고래 게임’ 유행 조짐에 각국 ‘긴장’

ptk@donga.com2017-05-12 17: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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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일명 ‘대왕고래 게임’(Blue Whale Game)이 일부 국가에서 유행 조짐을 보이자 당국이 경고에 나서는 등 긴장하고 있다. ‘자살게임’으로 통하기 때문.

영국 일간 더선은 “러시아 10대 청소년 130여 명의 자살과 연관이 있는 대왕고래 게임이 영국에서도 유행 조짐을 보여 경찰이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5월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글랜드 남동부 바즐던의 한 학교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대왕고래 유사 게임을 하는지 철저한 관찰을 바란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브라질, 에스토니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유사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고 전했다.

대왕고래 게임은 러시아에서 시작된 소셜미디어(SNS) 미션 게임으로, 참가자를 자살에 이르게 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임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부터다. 2015년 11월부터 2016 년 4월 까지 5개월 사이에 러시아 청소년 130여명이 자살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왕고래 게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무렵 러시아에서 15세 소녀가 소셜미디어에 자살 전 인증샷을 올리고 ‘미션 끝’이라고 쓴 뒤 열차에 몸을 던져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16세 여학생 두 명이 14 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하는 등의 청소년 자살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는데, 이를 조사하던 경찰이 ‘대왕고래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파악했다.

게임의 규칙은 ‘큐레이터’ 혹은 ‘마스터’라고 부르는 게임 진행자로부터 미션을 받아 24시간 내에 이를 수행한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이다.

미션에는 ‘공포영화 보기’등 간단한 것으로 시작해 ‘친구 공격하기’, ‘자기 몸에 칼로 상처 내기’등 청소년을 자극시키는 50가지가 있으며, 최후의 미션은 ‘자살’이다.

이들이 미션수행 증거로 몸에 내는 상처 모양이 바로 대왕고래 그림이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만약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게임 마스터는 성공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승부욕을 자극하거나 참가자의 신상 정보를 무기로 협박하기도 한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게임을 개발한 21세 남성 ‘필립 부데이킨’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애초 러시아의 일부 매체들은 이 게임으로 청소년 130명이 자살했다고 보도했으나 130명 모두의 자살 원인이 게임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필립은 적어도 17명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한 심리학자는 “10대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 우울증으로 이어지거나, 최면에 걸려 자연스럽게 자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여학생들이 젊고 멋진 남자로부터 받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사랑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필립이 수감돼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도소에는 소녀들이 보낸 러브레터가 빗발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필립은 지난해 12월 열린 재판에서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행복하게 죽어갔으며 나는 그들에게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가질 수 없었던 따듯함과 이해, 유대감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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