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구하지 못해 괴롭습니다” 소방관 자살, 순직보다 많았다

celsetta@donga.com2017-05-12 16: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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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소방관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영상 캡처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서 마지막에 나온다)”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이 정신적 고통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5월 10일 온라인 매체 인사이트는 119 소방안전 복지사업단 발표를 인용해 부산 소방관 김 모(51)씨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9일 높은 곳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소방관은 평소 간질 증상(발작, 수면장애 등)을 보여 왔습니다. 복지사업단 측은 극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출동하면서도 제대로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 김 소방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이 자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방관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마음이 아픈 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2008년 서울 한 나이트클럽 화재현장에 출동했던 백균흠 소방관은 “40kg에 달하는 공기호흡기나 방화복 같은 장비를 입고 움직이는 것보다 사람 못 구했을 때 가슴 한 켠이 묵직해지는 그 느낌이 훨씬 더 무겁다. 납덩이가 꽉 들어찬 것 같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홍렬 구조대장 역시 “1993년 무궁화열차 전복사고 현장에서 시신 사이에 인형이 있길래 무심코 집어들었는데 숨진 여자아이였다. 그 때의 기억이 자꾸 날 괴롭힌다”며 힘들어했습니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은 41명이나 됩니다. 지난 2015년 자살한 소방관은 12명으로 순직 소방관(2명)의 6배에 달했습니다. 석교준 강원 태백소방서장은 5월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소방관들은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식습관 때문에 건강도 가정생활도 불안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사고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하며 겪는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때문에 PTSD를 겪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석 서장은 “소방관 인력을 확충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심리치료 등을 통해 정신건강도 더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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