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호텔’지은 美 최초 연쇄살인마 “내 안에는 악마가…”

celsetta@donga.com2017-05-10 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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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he Lineup
1860년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태어난 헨리 하워드 홈스(Henry Howard Holmes·본명 허먼 웹스터 머젯(Herman Webster Mudgett)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홈스는 집 근처 숲에서 작은 동물들을 잡아 잔인하게 때리고 죽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아동기에 발현된 잔혹성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그는 말쑥한 외모를 이용해 여러 여성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해 돈을 얻는한편 해부용 시신(카데바)를 몰래 빼돌려 뒷돈을 챙기는 등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1886년 개명한 홈스는 시카고 월레스 가에 ‘만국박람회 호텔(World's Fair Hotel)’이라는 번듯한 숙박업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1893년 만국박람회 기간 동안 해외에서 몰려올 관람객들을 상대로 장사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대로변에 위치한 이 호텔은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였지만 사실 살인을 위해 만들어진 ‘죽음의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내부에는 비밀 지하실, 방음 처리된 방, 비밀 통로, 가스실 등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홈스는 공사 기간 동안 시공업체를 여러 번 바꿔 자기 외의 그 누구도 건물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젊은 사업가가 연쇄살인을 위한 건물을 짓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사진=The Lineup

영업을 개시한 홈스는 홀로 여행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해 “우리 호텔에서 숙식제공 조건으로 종업원을 구하는데 일하지 않겠느냐”며 권유했습니다. 후한 보수와 숙식제공 조건에 끌려 취직한 여성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갔습니다.

홈스는 여성들을 감금하고 고문하며 잔인하게 살해했고, 탈출할 수단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완전방음실에 가둔 뒤 피해자가 갈증이나 배고픔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살해한 대상 중에는 고작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도 있었습니다. 당시 홈스와 교제하던 유부녀가 남편과 크게 싸운 끝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 홈스의 호텔로 들어왔고, 모녀는 그대로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경찰에 들키지 않고 몇 년 동안이나 살인을 즐기던 이 흉악한 범죄자는 결국 사기행각으로 꼬리가 밟혀 1896년 5월 7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호텔에서 27명을 죽였다고 진술했지만 실제 피해자는 2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진=Chicago History Museum / Getty Images
교수형 판결을 받은 홈스는 “피해자 유족들이 내 시신에 복수하지 못하도록 관을 콘크리트로 봉해 땅 속 깊이 묻어 달라”며 뻔뻔한 요청을 남겼고 이 요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희대의 살인마가 정작 본인 시신이 훼손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니 황당한 일입니다.

살인마 홈스는 사후에도 또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호텔 경비원으로 일했던 팻 퀸란(Pat Quinlan)이 1914년 독극물을 삼키고 자살한 것입니다. 퀸란은 경찰 조사 결과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도저히 잠들 수 없다”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끔찍한 범죄가 저질러졌던 호텔은 1895년 의문의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화재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두 명이 급히 몸을 피하는 모습이 목격돼 홈스가 미리 고용해 둔 사람들이 증거인멸을 위해 불지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한편에서는 ‘죽음의 호텔’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지역의 불명예로 여긴 시카고 주민들이 건물을 태워 없앤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마 홈스가 형 집행 전 남긴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악마를 품은 채 태어났다(I was born with the devil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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