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 못해” 개구리 ‘페페’ 원작자가 캐릭터 죽인 이유

celsetta@donga.com2017-05-08 1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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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맷 퓨리 텀블러(mattfurie.tumblr.com)
초록색 얼굴, 두툼한 쌍꺼풀과 입술, 애수에 찬 눈동자.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개구리 캐릭터 ‘페페(Pepe the frog)’는 지난 2005년 등장 이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5월 6일 페페 원작자인 만화가 맷 퓨리(Matt Furie)는 페페가 관에 누워 있는 그림을 공개하며 “페페는 공식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만화가 입장에서 자기가 창조한 캐릭터를, 그것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캐릭터를 ‘죽음’이라는 형태로 퇴장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맷 퓨리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요.

페페의 ‘죽음’은 인종차별주의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백인우월주의 극우 온라인 세력 ‘알트 라이트(Alt right)’가 페페 그림을 자기들 상징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인종·여성·종교관련 혐오발언을 일삼는 알트라이트는 2010년 리처드 스펜서라는 남성이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생겨난 뒤 점차 세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일반 네티즌들이 이모티콘처럼 감정표현 용도로 사용하는 페페 그림(위) / ‌알트라이트 등 극우주의자들이 변형시킨 페페 그림(아래)
이들은 네티즌들이 감정표현 용도로 사용하던 평범한 페페 그림을 변형해 팔에 나치 완장을 채우거나 총기를 쥐여 준 뒤 “이 캐릭터는 우리들의 상징”이라며 퍼뜨렸습니다. 결국 페페는 2016년 9월에 미국 반명예훼손연맹으로부터 ‘혐오 상징’으로 공식 지정되는 수모를 겪게 됐습니다.

원작자 퓨리는 “내가 만든 캐릭터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혐오 상징으로 쓰고 있는 현실이 끔찍하다. 페페는 증오의 상징이 아니다”라며 알트라이트를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그는 2016년 6월 CBR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들은 내 일부와도 같다”며 페페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원작자와 팬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애쓸수록 극우세력은 더 끈질기게 페페를 악용했습니다. 결국 퓨리는 “마음이 아프지만 페페가 알트라이트 상징으로 쓰이는 걸 계속 지켜보는 것보다는 내 손으로 그의 삶을 끝내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맷 퓨리의 기습 발표에 팬들은 “안타깝다. 페페는 아무 잘못이 없다”, “혐오세력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인가”, “좋아하던 캐릭터였는데 아쉽다”, “알트라이트가 계속 페페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페페에게 영혼이 있다면 자기를 창조한 맷 퓨리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라며 슬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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