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는 “이상 없다”는 말만…5살 아이, 그림으로 ‘뇌종양’ 알려

celsetta@donga.com2017-04-28 15: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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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곱 살인 영국 소년 엠레 에룰케로글루(Emre Erulkeroglu)는 지난 2015년 다섯 살 때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엠레의 부모는 “머리 아파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아들이 걱정되어 진찰을 받게 했지만 의사는 “별 일 아니다. 그냥 편두통 증세”라고 진단한 뒤 집에 가서 쉬라고 말했습니다.

의사 말을 듣고 안심한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엠레는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했고 심할 때는 토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부모는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오히려 “아이에게 자꾸 괜찮으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두통에 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아픔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엄마 티파니 씨는 MRI촬영 대기자 명단에 아들 이름을 올려놓고 귀가했습니다. MRI를 찍기 위해서는 4개월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진=The Brain Tumour Charity
막연한 불안감만 품고 있던 부모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준 것은 바로 엠레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엠레는 이마에 까만 칠을 한 사람 그림을 그려 보여주며 “엄마, 저 여기가 아파요”라고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그 때 티파니 씨 머릿속에 ‘아들 증세가 뇌종양일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두통에 시달리는 엠레가 걱정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던 도중 아동 뇌종양 조기진단 캠페인인 ‘헤드스마트(HeadSmart)’에 관해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진=The Brain Tumour Charity
헤드스마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어린이 뇌종양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속적/반복적인 두통
- 균형 상실, 보행 문제
- 지속적/반복적인 구토
- 비정상적 안구 움직임
-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임
- 행동 변화
- 경련, 발작
-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머리가 기울어져 있음

정신이 번쩍 든 티파니 씨는 4개월이나 더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티파니 씨는 매일같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MRI 촬영 취소된 것 없느냐”고 문의했고, 취소된 시간에 간신히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The Brain Tumour Charity
그렇게 검사를 앞당긴 결과, 엠레의 솔방울샘(pineal gland·머리 가운데에 위치한 내분비기관. 솔방울을 닮은 모양으로 멜라토닌을 생성·분비)에 양성 물혹이 생겼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엠레가 그림으로 묘사했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오싹했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라면, 그리고 뇌종양 증상에 대해 몰랐더라면 병이 커질 수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엄마의 빠른 대응 덕분에 엠레는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티파니 씨는 “아이의 호소를 듣고도 그저 평범한 두통이라고만 진단한 의사들에게 화가 납니다. 몇 번이나 병원을 찾았는데 그 때마다 성의 없이 오진한 꼴이니까요. 최소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만 했어도…”라며 분을 삭였습니다.

티파니 씨는 4월 25일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줘서 정신이 번쩍 난 것 같아요. 다른 부모들도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훨씬 치료가 쉬우니까요”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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