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야” 아침에 아내 못 알아본 남편, 알고보니…

celsetta@donga.com2017-04-30 20:00:02
공유하기 닫기
지난 2015년 결혼한 영국 커플 엠마와 저스틴은 첫 아이를 품은 채 허니문을 떠났습니다. 부부는 평생 서로 사랑하며 아이를 잘 키우자고 약속하고 행복한 신혼여행 첫 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엠마 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악몽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남편 저스틴 씨가 눈을 뜨더니 “당신 누구야! 왜 내 침대에 있어!”라며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처음엔 남편이 이상한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저스틴 씨는 정말 자기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엠마 씨 뱃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끔찍하게 변해 버린 신혼여행을 서둘러 마친 부부는 영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병원을 찾았습니다. 저스틴 씨는 여전히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검사를 받았고, MRI검사 결과는 부부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저스틴 씨의 뇌에 악성 종양이 자라고 있던 것입니다.

의사는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받으면 최대 2년은 더 생존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부부는 절망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이제 막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는데 시한부 선고라니… 저스틴 씨는 오락가락하는 기억을 붙잡고 힘들어했고 엠마 씨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딸아이를 조산했습니다.



예정일보다 5주 일찍 세상에 나온 딸 미아는 다행히 건강했지만 아빠 저스틴 씨는 치료 때문에 사랑스러운 딸을 매일 볼 수 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종양은 빠르게 커져갔고 의사들은 “이렇게 심각한 종양은 극히 드물다. 몇 주 안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통보했습니다.

부부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고, 저스틴 씨는 몇 주 못 살 거라는 의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7개월이나 더 생존했습니다. 딸과 아내 곁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끝까지 버텨 보려 했지만 죽음은 부부를 갈라 놓고 말았습니다.

저스틴 씨가 세상을 떠난 2016년 5월 이후 엠마 씨는 남편을 빼앗아 간 ‘뇌암(뇌종양)’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뇌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꾸준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엠마 씨는 2017년 4월 영국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결혼 전부터 저스틴의 행동이 좀 이상했어요. 말도 어눌해지고 멀쩡히 걷다가 갑자기 한 자리에서 빙빙 돌기도 하고요. 당시에는 ‘결혼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는데…”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자기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남편이 종양을 조기에 발견해 살 수도 있었다며 자책하는 엠마 씨. 그녀는 “남편 증상이 뇌암일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 했어요”라며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자세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엠마 씨는 “다른 사람들은 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가족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병원에 데려가세요”라고 당부했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