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죽음 이후... 15만 명 '시력' 되찾아준 의사

youjin_lee2017-04-18 15: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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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두크와 제프리. CBS NEWS
24개국을 돌아다니며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력을 되찾아준 두 안과의사 이야기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CBS 뉴스는 24개국을 돌아다니며 눈을 고쳐준 네팔의 안과의사 산두크 루이트(Sanduk Ruit)와 미국 안과의사 제프리 타빈(Geoffrey Tabin)를 소개했습니다.

산두크는 전기도, 수돗물도 없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 고지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걸어서 15일 거리였습니다. 문맹이었던 부모는 아이들이 글을 꼭 배우게 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해 이마저도 어려웠습니다.

불행은 거듭됐고 어린 산두크는 결핵으로 가장 아끼던 여동생을 잃었습니다. 산두크는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두크는 “동생의 죽음이 뇌리에 박혔고 그때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CBS NEWS
인도의 의과 대학을 졸업한 산두크는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외딴 산간마을에 현대 의학을 가져와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의료장비를 등에 짊어지고 며칠간 산을 올랐습니다. 그는 '극소절개 백내장 수술(Small Incision Cataract Surgery·SICS)'로 단 4~5분 만에 사람들의 시력을 되찾아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부위만 절개해 수정체를 제거한 다음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인데요. 봉합(suture)하지 않고 간단하게 끝내는데도 비용 역시 20달러(약 2만 2,826 원)로 혁신적이었습니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산두크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 속에서 성공률 98%를 보였고 의료계가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일대와 옥스퍼드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수재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일곱 대륙 최고봉에 등반한 안과의사 제프리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는 산두크가 있는 네팔로 향했습니다.

Youtube 'macfound' 캡처
CBS NEWS / ERIC KERCHNER
산두크는 젊은 미국인 의사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날파리가 들끓는 오지를 견디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제프리를 한여름에 네팔 동부지역의 한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당시 기온은 100°~105°, 습도는 99퍼센트로 참기 어려운 더위가 의료진을 덮쳤고 모기떼까지 더해져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제프리는 “‘날 테스트하려는 건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곳에 나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늘 더 일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산두크와 제프리는 동료가 됐고 4년간 함께 히말라야를 돌아다니며 ‘히말라야 백내장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강인한 체력과 봉사정신으로 오지를 누비며 수련생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제프리는 “환자의 눈을 치료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해방된다. 눈이 안 보인 채 살면 환자의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가족 중 누군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평생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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