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서 구걸하며 관광, 뻔뻔한 서구 배낭족 ‘증가’

phoebe@donga.com2017-04-12 16:25:33
공유하기 닫기
더스타 TV
흔히 무전여행은 젊은 시절 낭만이라고 하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서구인들이 가장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무전여행을 한다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가난한 동남아시아 나라를 여행하면서 거리에서 구걸하는 뻔뻔한 서구 배낭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월 11일(현지시각)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들을 ‘거지-배낭족’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행경비를 요구하는 서구인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은 거리에서 부유한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저는 아시아 무전여행 중입니다. 제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해 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일부 현지인들은 비싼 엠프,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니는 서구 관광객들이 왜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느냐고 말했다. 더스타TV
트위터
트위터
PREVNEXT
1/3
심지어 비싼 앰프를 가져다 틀고 버스킹을 하는 서구인도 있습니다. 젊은이들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홍콩에서 중년 여성들이 ‘집에 가려고 하는 데 돈이 없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구걸하는 모습도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가난해서 여행 한 번 못 가본 사람들의 눈에 부자 나라 사람들이 비싼 비행기를 타고 와서 구걸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죠. 

아시아 사람들은 서구인들이 사치스러운 여행을 위해 진짜 궁핍한 사람들의 돈을 강탈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비싼 엠프,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니는 서구 관광객들이 왜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느냐는 것이죠. 게다가 거리 구걸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에서도 버젓이 구걸하고 있으니, 더 문제입니다.

싱가포르인 마이사라 아부 사마는 트위터에 구걸하는 서구인 사진 두 장을 올리고 “우선 우리 법은 엄격하기에 싱가포르에서 거리에서 팔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여행을 하겠다며 다른 사람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거리 구걸을 하는 사람은 정말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다. 음식을 사거나, 자녀 학비를 내거나, 빚을 갚기 위해 구걸을 한다. 하지만 사치스러운 여행을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스프레이 페인트 초상화를 판매하는 청년을 보여주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여성 루이자는 프랑스24에 “그들에게 묻고 싶다. 아시아에서 그런 행동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왜 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솔로 트래블러 (Solo Traveller)’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남성은 태국에서 구걸하는 서양인들의 다양한 사진을 올리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한 청년의 사진을 올리고 “뭐하다 돈을 탕진했니? 여자/술/다른 거?”라고 적어 올렸죠. 그는 거리에서 엽서를 판매하는 커플을 보여주며 “빈곤한 외국인들”이라고 썼습니다.

스케일이 더 큰 배낭여행객들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자산 기부 웹 사이트에서 자신의 여행경비를 모금합니다. 가치 있는 여행 경험을 위해 기부를 호소하는 펀드마이트레블 같은 사이트도 있지만,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먼 여행에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행자는 ‘벌레 먹기’, ‘절벽 다이빙’, ‘정글 트레킹’ 같은 주제를 내걸고 자신들에게 돈을 기부해 달라고 합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