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못 보내”…죽은 아들 정자로 손자 탄생시킨 여성

celsetta@donga.com2017-04-11 16: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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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들의 정자로 그와 똑 닮은 손자를 탄생시킨 러시아 여성이 있습니다.

나탈리아 클리모바(Natalia Klimova) 라는 이 러시아 여성은 성공한 사업가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경영을 이어받아 회사를 더 크게 키웠습니다. 의사가 꿈이던 아들 아르템(Artem)도 그녀의 자랑이었습니다. 아르템은 명석한 두뇌와 섬세한 마음을 가진 청년으로 주변 모두가 나탈리아 씨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템은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투병하다 2009년 10월 27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겨우 21살 때였습니다. 나탈리아 씨는 좋다는 약은 다 써 보고 용하다는 의사를 다 찾아가 봤지만 아들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탈리아 씨는 아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 냉동해 놓은 정자를 사용해 손자를 얻기로 결심합니다. 슬픔에 빠진 어머니는 그냥 평범한 손자가 아니라 아들과 꼭 닮은 ‘아들의 분신’을 원했습니다.

대리모를 사방으로 물색하고 수 차례 인공수정을 시도한 결과 2010년 10월 27일 정말로 갓난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아르템이 사망한 지 정확히 1년 뒤에 태어난, 아르템을 쏙 빼닮은 남자아기였습니다. 나탈리아 씨는 손자 이름을 ‘이고르(Egor)’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아들과 닮은 손자를 얻게 되었지만 나탈리아 씨의 텅 빈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못다 한 엄마 노릇을 마저 하고 싶었고 이고르의 할머니가 아닌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기 이고르의 엄마라고 하기엔 자기 나이가 너무 많다고 여긴 나탈리아 씨는 젊게 보이고자 성형수술까지 감행했습니다.



이 사연이 러시아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그녀는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슬픈 마음은 알겠지만 집착이 너무 심하다. 이제 그만 아들을 보내 줘라”, “아르템은 엄마가 자기 정자를 멋대로 써서 자식을 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을 것”, “손자는 아들의 대용품이 아니다”,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겠다”는 우려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나탈리아 씨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6살이 된 이고르를 위해 ‘할머니’가 되어 줄 여성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울 때 진짜 친할머니처럼 이고르를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나탈리아 씨 본인이 할머니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는 이고르의 엄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절절한 모정(母情)이 빚어낸 사연에 네티즌들은 “슬픈 일이다”, “자식 잃은 마음을 어떻게 감히 상상이나 하겠는가”, “평범하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만 함부로 옳다 그르다 말하기 힘들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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