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충돌로 가족 잃은 아버지의 슬픈 복수, 스크린에

phoebe@donga.com2017-04-10 16: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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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y Kaloyev
최근 북미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 할리우드 영화 ‘Aftermath’(후유증)가 개봉하면서 영화의 토대가 된 실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2년 7월 러시아인 간축가 비탈리 칼로예프(Vitaly Kaloyev)는 여객기와 화물기가 독일 상공에서 충돌한 사고로 아내와 10세 아들, 4세 딸을 모두 잃었습니다.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은 지상에서 관제를 맡았던 스위스 관제회사 ‘스카이가이드’사 소속 피터 닐슨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규정상 관제소에는 2~3인이 반드시 함께 근무해야 하는데, 이날 다른 동료들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피터 닐슨 혼자 당직을 섰습니다. 여러 비행기를 한꺼번에 관제하던 그는 러시아 여객기와 보잉화물기가 충돌할 위험에 이르기까지 전혀 위기를 파악하지 못했죠.



내셔널지오그래픽 
나중에 위험을 발견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러시아 여객기를 보잉화물기로 잘못 보고 엉뚱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공중충돌방지장치에 따르면 여객기는 ‘상승’해야 하는데, ‘하강’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화물기의 방향도 반대 방향을 알려주는 바람에 두 비행기는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사고로 어린이 57명을 포함한 총 71명이 사망했습니다. 두 비행기 탑승자가 전원 사망하는 참사였습니다. 러시아 여객기 희생자의 대다수인 어린이들은 러시아 바쉬키리 공화국 출신 학생들로 스페인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었습니다. 비탈리 칼로예프의 가족도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던 비탈리 칼로예프는 1년 반 만에 가족을 만날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로 간 그는 사고기 잔해 틈과 숲에서 죽은 아이들을 발견해 직접 수습했습니다.  

사망한 비탈리 칼로예프의 두 자녀. 그는 비행기 충돌사고로 아내 스베트라나, 아들 콘스탄틴 및 딸 디아나를 잃었다. 
러시아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로 미뤄지며 사과나 보상조치도 없었습니다. 스위스 측에서는 관제사보다는, 공중충돌방지장치를 확인해야 했다며 조종사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피터 닐슨은 아무런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칼로예프는 관제사 책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피터 닐슨의 집을 찾아냈고 사고 발생 1년 7개월이 지난 2004년 2월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닐슨에게 사고로 죽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닐슨은 그의 손을 쳐냈고 그 바람에 아이들의 사진이 바닥에 떨어지자, 칼로예프는 이성을 잃고 그 자리에서 닐슨을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훗날 칼로예프는 “아이들 사진이 땅에 떨어지자 그가 아이들을 두 번 죽인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며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칼로예프가 살인죄로 구속되자 비로소 이 사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시위가 시작됐고 그제서야 스카이가이드사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중충돌방지장치와 관제사의 명령이 상반될 경우 관제사를 무시하도록 국제적 지침이 마련됐고, 지상관제소 근무 규정도 강화됐습니다.



칼로예프는 스위스 법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역 기간을 3년 넘긴 그는 가석방되어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공항에는 그를 환영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그는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건설차관에 임명됐습니다.

칼로예프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닐슨을 죽였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닐슨을 살해한 것에 대해 아무런 후회가 없다”며 “법정에서도 검찰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게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스위스 감옥 죄수들 역시 나에게 존경을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은 법보다 복잡합니다. 나는 정의를 찾는 모든 법적 방법을 다 써버렸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법이 되고 정의를 수행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 사건을 TV에서 본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는 “나는 실화에 매우 끌린다”라며 “사건의 비극성으로 볼 때,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말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영화는 영국과 미국에서 4월 7일(현지시간) 개봉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MBC ‘서프라이즈’에서도 2015년 다룬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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