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내 아들, 추웠니” 아빠의 낡은 등산복 입고 눈사태로…

phoebe@donga.com2017-04-03 16: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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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화면 캡처
일본 스키장 눈사태로 사망한 오타와라(大田原) 고등학생 가족의 사연이 전해지며 일본 사회를 숙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2학년 아사이 유즈루(17)군의 아버지 신지 씨는 아사히 신문에 “언제나처럼 혼자 꾸린 큰 짐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타고 떠나갔다”며 “유즈루가 없는 현실이 아직 실감이 안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 신지 씨도 고등학교, 대학 시절 산악부원이었습니다.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산에 올랐죠. 중학교에 들어선 농구를 열심히 하던 유즈루였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라 고등학교는 산악부를 선택했습니다. 초등학생 여동생(11)을 무척 귀여워해 수학여행을 다녀와선 동생에게 선물 보따리를 선사했죠.

산을 타며 자연보호에 관심을 가지면서 장래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했던 소년은 지난 3월 27일 오전 도치기(栃木)현 나스(那須)정의 나스온천패밀리 스키장의 인근 산에서 눈사태를 만나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고교생 및 인솔교사 총 55명이 등산 강습회에 참여하던 중 눈사태가 발생해 오타와라 고등학교 남학생 7명과 인솔교사 1명이 눈에 매몰돼 사망했습니다. 

신지 씨는 “선생님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날씨를 고려해 강습을 중단하고 하산했더라면”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병원에서 대면한 죽은 아들은 자신의 중고 겨울 등산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 추웠겠네요. ‘모두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들이 산으로 출발하던 날 아침, 엄마가 아들의 손에 들려준 주먹밥은 없었습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먹어준 거구나, 갖고 가게 해서 좋았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건 당시 희생자들과 함께 매몰됐지만 살아남은 한 남학생(16)은 눈을 먹어 숨쉴 공간을 만들어 생존할 수 있었다고 아사히 신문이 4월 3일 전했습니다. 이 학생은 눈사태로 깊이 1m 눈 속에 파묻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자신의 입 주변의 눈을 먹어 숨을 쉴 공간을 확보한 후 구조대를 기다려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일본 수사당국은 기사청의 폭설 및 눈사태 주의보에도 등산 강습회를 강행한 경위에 대해 도치기현 고교체육연맹 산악부 관련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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