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中 광부와 결혼한 러시아 여성 “행복해”

celsetta@donga.com2017-03-31 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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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하이스트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가난은 사람의 마음을 시들게 합니다. 때로는 돈 문제가 연인 사이를 갈라 놓기도 하죠.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혼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중국에서도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약혼하자마자 처가에 ‘차이리(彩禮)’ 라는 명목으로 예물을 주어야 합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1, 6, 8, 9)가 포함된 금액을 신부 집안에 주는 것인데요. 차이리 금액은 적게는 수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만원에 달합니다.

차이리 외에 ‘일동부동(一動不動)’ 이라고 해서 움직이는 재산(자동차) 하나, 움직이지 않는 재산(집 등 부동산) 하나를 마련해 가는 관습도 있습니다. 남자가 집과 차를 마련하면 여자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살림살이를 채워 넣는 게 일반적이라네요. 갖춰야 할 것이 많다 보니 본인들끼리 마음이 맞아도 집안 반대로 결혼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오로지 사랑만으로 결혼에 성공한 중-러 국제결혼 커플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 3월 25일 결혼식을 올린 첸 징양(28)씨와 소피아(22) 씨입니다. 헤이룽장 성 헤이허 시에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사연은 상하이스트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사진=상하이스트

소피아 씨는 5년 전 중국어를 공부하려고 헤이허 시에 왔다가 첸 씨를 만났습니다. 중국 대학에 진학해 중국어를 전공한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첸 씨를 알게 됐습니다. 당시 첸 씨는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였습니다.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산 속 광산에서 먹고 자며 일해야 하는 첸 씨는 소피아 씨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주 만나러 가기 어려웠기에 친구들에게 사랑의 메신저 역을 부탁했습니다. 친구들을 통해 소피아 씨에게 꽃과 선물을 전달한 것입니다. 첸 씨에게 호감이 있던 소피아 씨도 선물을 받고 기뻐했습니다.



사진=상하이스트
사귀게 된 지 일주일 만에 소피아 씨는 “당신이 일하는 광산에 가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회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첸 씨가 사는 곳으로 향했고, 광산 근처 허름한 오두막에서 연인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소피아 씨는 “실내 화장실도 없고 개구리나 쥐가 돌아다니는 곳이었어요. 그렇게 고생스럽게 살아 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그렇게 행복했던 적도 처음이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반 년 간 진지하게 교제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부부는 집도 차도 적금도 없지만 오로지 사랑만으로 미래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상하이스트
첸 씨는 광부 일을 그만두고 새 일을 찾을 예정입니다. 중국에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4월 중으로 소피아 씨의 고향인 러시아로 가서 정식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둘의 목표라네요.

‌소피아 씨는 “우리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둘 다 젊고, 서로 신뢰하고 있어요. 맨땅에서 출발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집도 차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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