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나 냉면에 든 얇게 썰린 오이를 골라내는 친구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 지구에는 이렇게 오이를 안 먹는, 아니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cucumber haters. 이하 오싫모)'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름 그대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놀랍게도 만들어진지 48시간 만에 팔로워 4만 7000명을 돌파했다. 인기가 많아야만 생긴다는 ‘짝퉁’ 페이지도 등장했다.
이 페이지는 때론 단호하고 때론 감정적이다. 오이를 반개만 넣겠다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는 단호하게 "그냥 넣지 마세요", 면보다 오이가 많이 들어간 냉면에는 감정을 담아 "너무 너무 화가 납니다"라고 말한다.그들이 오이(자매품 참외, 수박)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이를 싫어하는 1인으로써 추측하건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오이의 향
2. 오이의 맛
3. 오이의 식감
4. 오이 자체5. 오이6. 오7. 이하지만 인기가 많은 연예인에게 늘 안티가 생겼듯 오싫모에도 안티가 존재했고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 일부가 항의했다. 마치 지능형 안티처럼 오이의 효능을 길게 나열하며 오싫모 회원들을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관리자 및 회원 일동은 굳건했다. "오이 맛있어요"라는 댓글에 회원들은 "불순분자다", "오이로 맞고 싶나"라고 답하는가 하면 "피클은 살려줍시다"라는 댓글에 "용납 못합니다"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페이지 커버는 오이 색깔조차 보기 싫다는 회원들의 요구로 오이 사진 및 초록색이 포함되지 않은 캘리그래피로 바뀌었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그날까지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하지만 절대로 힘에 밀리지 않고
지금보다 더 강하게
싸워나갑시다."
주변에 오이를 싫어하는 친구 혹은 가족을 위해 여름에 냉면을 주문할 때 "오이는 꼭 빼달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상대방은 당신의 배려에 놀랄 것이고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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