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잡는 트럼프식 악수…당신의 악수 스타일은?

celsetta@donga.com2017-03-17 16: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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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내 손엔 무기가 없다. 당신을 공격할 생각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오래된 인사법이죠. 하지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 악수를 ‘지배욕’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의 손을 강하게 잡고 흔들면서 갑자기 자기 쪽으로 훅 당겨 휘청거리게 만든 뒤 왼손으로 토닥여 주는 그의 이상한 악수법은 '뼈 부수기 악수(bone-crasher handshake)' 라고 불리며 미국에서도 이미 화제가 됐습니다. CNN은 2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악수하는 장면을 모아 올리며 “그의 악수는 상대에게 ‘내가 우위에 있다’,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는 걸 보여주는 바디랭귀지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에게 ‘악수 당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일본 아베 총리가 있는데요. 트럼프는 지난 2월 10일 백악관에서 아베의 손을 19초 동안이나 잡고 흔들면서 아랫사람 대하듯 손등을 툭툭 치기도 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트럼프가 손을 놓아주자 ‘이제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19초 악수’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환영보다는 기선제압에 적합해 보이는 이 기묘한 악수법은 문자 그대로 과시용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악수, 특히 정치인의 악수는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 관심사나 의도까지 반영한다는 겁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월 14일 바디랭귀지 전문가 대런 스탠튼 씨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악수는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긴 내 공간이고, 내가 주인이고, 당신은 어디까지나 초대받은 손님이니 내 말에 따르라는 뜻입니다.” 대런 씨는 트럼프가 늘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짚었습니다. 남들 앞에서 아내 멜라니아 여사와 손조차 잡지 않는 것도 과시의 일환입니다. 다정한 남자보다는 강한 남자, 군림하는 남자로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트럼프 악수법에 넘어가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입니다. 아베에 이어 1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진 트뤼도 총리는 악수하는 순간 왼손으로 트럼프의 팔을 탁 잡습니다. 트럼프가 늘 하던 대로 상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길 여지를 주지 않은 겁니다.

아베 총리의 경우를 보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갔던 걸까요. 트뤼도 총리는 이후에도 트럼프의 ‘과한’ 악수 시도를 자연스럽게 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제스처를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진 않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대런 씨는 “트럼프의 악수법처럼, 일반인들도 악수를 통해 은연 중에 자기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직장 동료나 친구와 악수하며 상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귀띔했습니다.

“카페 같은 곳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악수할 때, 여러분 몫의 커피를 슬쩍 상대방 쪽으로 밀어 둔 상태에서 손을 내밀어 보세요. 이 때 커피잔을 도로 밀어둔 뒤 악수하는 사람은 자신이 여러분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남과 아주 친밀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커피잔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악수한다면 그는 당신과 자신이 동등한 관계에 있다고 여기거나, 혹은 당신과 충분히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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