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의욕 잃은 듯…10분 넘게 맨땅에 드러누운 수족관 범고래

celsetta@donga.com2017-03-17 14: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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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납치당해 좁은 방 안에서 평생을 지내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다 어느 날 잡혀와 평생 수조 안에서 살아야 하는 고래들 역시 말로 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낍니다. 심지어 고래는 사방으로 초음파를 내보내 사물 위치를 파악하고 동족끼리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 초음파가 수조 벽에 반사돼 돌아오면 어마어마한 소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스페인 테네리페 지역 로로 공원 ‘씨월드’ 에서 지내는 암컷 범고래 ‘모건(Morgan)’은 지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듯 한 행동을 보여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습니다. 모건은 고래 쇼가 끝난 뒤 무대에 그대로 드러누워 10여 분 가량 가만히 있었습니다.

쇼가 끝난 뒤 남아 있던 관객들이 이 가슴 아픈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온라인으로 공유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고래들을 풀어줘라”, “인간이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며 분노했습니다.



콘크리트 수조를 갉아 이가 닳아버린 모건. 사진=Free Morgan Foundation(freemorgan.org)
모건은 2010년 네덜란드 근처 바다에서 포획된 이후 스페인으로 팔려왔습니다. 가엾은 모건은 예전부터 꾸준히 스트레스 반응을 보여 왔습니다. 2013년에는 콘크리트 수조를 거세게 씹으려는 듯 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치아가 다 닳아버릴 정도로 수조 벽을 갉아대는 모건의 모습에 “자연으로 돌려보내라”는 여론이 일었지만 씨월드 측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씨월드 측 사육사는 “뭍에 올라오는 것도 고래들이 흔히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들은 종종 물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을 자연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모건을 자유롭게(Free Morgan Foundation)’는 이 일이 있은 뒤 활동에 더욱 열을 올렸지만 여전히 협상은 쉽지 않습니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범고래가 재롱부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돈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사진=Free Morgan Foundation(freemorgan.org)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사람이 꼭 돌고래 쇼를 보고 싶다면 조건이 있다. 우선 수조 크기는 최소 20~30km일 것. 수조 벽은 초음파를 흡수할 수 있는 특수재질로 만들 것. 돌고래를 위한 심리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연에서 사는 돌고래는 하루 100km이상을 헤엄치기 때문에 아주 넓은 공간이 필요하며, 소음으로 고통 받는 걸 막기 위해 특수 수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잘 알려져 있듯 고래는 지능지수와 사회성이 높은 동물로 돌고래의 경우 IQ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똑똑한 만큼 자기가 갇혀 지내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심리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고래의 마음을 치료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가두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돌고래쇼를 찾아가기보다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녀석들을 다큐멘터리 화면으로 보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

지난 2월 20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수족관 8곳에 있던 98마리 돌고래(5마리는 자연방사) 중 절반이 넘는 52마리가 폐사했고, 폐사한 돌고래들의 평균수명은 4년 23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돌고래의 원래 수명은 평균 30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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