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천사가 된 아기들에 입힐 ‘천사옷’ 만드는 여성들

phoebe@donga.com2017-03-17 14: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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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임신 중 갑자기 뱃속 아기를 잃는다는 건 엄마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됩니다. 죽은 아기를 차가운 땅에 묻어버리고 돌아서는 길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3월 15일 영국 맨체스터 주 테임사이드 시 세인트 메리 병원과 스테핑 힐 병원에서 아기를 떠나보낸 엄마들이 죽은 아기에게 입힐 수 있는 아름다운 천사 가운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기부된 웨딩드레스로 만든 작은 드레스는 작은 봉사자들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것입니다.

바이러스성 수막염에 걸린 엠마 테일러는 당시 임신 7개월이었습니다. 테일러는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아기 올리비아는 그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그래도 천사 가운을 입고 땅에 묻힐 수 있었기에 엄마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테일러는 “올리비아는 사람으로 대우받았다”며 “주변 많은 사람이 ‘아기는 다시 가지면 돼’라고 했는데, 아기를 진짜 아이라고 입증한 게 심적 위안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출생 당시 올리비아의 몸무게는 겨우 2파운드(0.9kg)에 불과했습니다. 아기는 너무 작아서 천사 가운이 없었다면, 이승 떠나는 길에 수의를 제대로 갖춰 입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앨리슨 라일리는 2016년 린다 래스우드, 웬디 화이틀리와 함께 글로씁데일 천사 가운(Glossopdale Angel Gowns) 프로젝트를 설립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앨리슨은 “가족이 자녀를 작은 천사로 볼 수 있다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며 “아기들은 그런 존엄성을 가지고 있고, 천사 가운이 그들을 작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조산하거나 사산한 아기를 스카프, 넥타이, 수건에 싸서 묻어야 했던 어머니들은 앨리슨에게 “우리가 아기를 잃었을 때 천사 가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앨리슨과 친구들은 웨딩드레스로 천사 가운을 만듭니다. 최근 결혼한 신부까지 약 100명이 넘는 신부들이 좋은 뜻에 써달라며 웨딩드레스를 기부했죠. 가장 오래된 웨딩드레스는 1960년도에 입은 것입니다. 아기를 잃은 적이 있는 어머니들에겐 웨딩드레스를 기부하는 것 그 자체로도 치유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어머니는 아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죽은 아기의 30번째 생일을 맞은 날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앨리슨에게 보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드레스를 세탁하고 원단을 잘라 작은 가운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기부자에게 하트 모양 기념품을 보내고 완성된 가운 사진도 보내줍니다. 자원봉사는 가운을 여러 크기로 만듭니다. 0.9kg 미만 아기들은 양털 포장을 합니다. 앨리슨은 “필요로 하는 가족이 있다면 24시간 안에 가운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며 “누구든지 우리에게 천사가운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는 더 많은 재봉틀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리본, 실, 양털 같은 부자재가 필요합니다. 재료를 보관할 안전한 창고도 필수죠. 현재는 앨리슨의 침실에 모든 재료를 보관하고 있어 마치 작은 웨딩드레스 가게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천가 가운 프로젝트가 런칭된 지 8개월이 흘렀는데요. 아일랜드 지역에서도 천사 가운 프로젝트를 출범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답고 존엄한 프로젝트가 더 많은 지역에서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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