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탄생, 대중의 열광과 무의식에 맡기자
차트란 동시대 인기 음악의 집산이지만 또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1964년 4월 4일 비틀스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다던가, 핑크 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이 74년 발매 이후 741주간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당시 해당 그룹의 인기를 보여주는 자료일 뿐 아니라 후대의 대중에게 그 음악의 진가를 말해주는 사료가 된다.홍보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대중의 열광과 무의식이 만들어낸 기록인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그런 기록의 탄생이 불가능하다. 차트가 특정한 시기에 걸쳐 불특정 다수가 선호한 음악의 지표가 아닌, 공정한 룰 없는 격투기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음악 소비자가 새로운 음악을 듣는 창구는 대부분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다. 특정 가수 팬이 아닌 이상, 지금 이 시간 차트에 올라 있는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순위를 보며 클릭해 듣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차트 전곡을 틀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음원을 발매해도 차트에 오르지 않으면 그대로 사장되기 십상이다. 차트에 없으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음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두 차트에 목숨을 건다. 브로커를 통해 음원을 사재기하고, 팬덤은 개인별로 수십 개씩 아이디를 만들어 스트리밍을 한다. 이런 ‘조작’이 용이한 시간은 일반 이용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심야시간대다. 밤새 다양한 방법으로 차트에 올리고, 이렇게 반영된 순위는 다음 날 일반 이용자가 재생함으로써 생명력을 이어간다. 그동안 유명 가수들이 자정에 음원을 발표한 주된 이유다.
그런데 이런 관행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2월 27일부터 주요 음원사업자가 정오~오후 6시에 발매한 음원만 차트에 즉각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음원을 언제 발매하든 그 시간에 바로 차트에 올라갔다. 그러나 지금은 정오~오후 6시 외 시간에 발매한 음원은 다음 날 오후 1시에 차트에 반영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실시간’의 범위가 좁아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왜곡돼 있는 차트에 공정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그 시간대에 학생들은 학교에 있느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보이는 손’의 개입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나머지 18시간 동안 쌓이는 데이터양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니, 적어도 차트 왜곡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왜 근본적인 해결 방법, 즉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지 않고 이런 편법을 쓰는지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시간 차트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이용자가 이 차트에 의존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순간적 관심에 의한 동시 접속이 주된 데이터가 된다. 여기엔 취향이 끼어들 여지가 적다. 한 시대의 취향이라는 빅 데이터가 동시 접속이라는 화력에 의해 사라진다. 시장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게 차트의 취지라면, 굳이 실시간이 필요할까. 주간, 아니 일간 집계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다양성이야말로 건전한 생태계의 기본이라는 명제를 떠올린다면, 조작이나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할 때 그 차트가 진정한 시장 흐름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후대에게 지금 우리의 취향을 보다 정확히 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 ‘가요톱10’ 순위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처럼 말이다.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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