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없어도, 나는 '여자'다

youjin_lee2017-03-08 18: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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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자궁이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데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남들과 다르게 생리를 하지 않고, 여성 생식기가 없는 타샤는 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매거진 코스모폴리탄은 타샤 비숍(Tasha Bishop·20)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13살, 생리를 모두 시작한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타샤는 친구들에게 자신도 생리를 한다고 거짓말하고 말았습니다. 친구들처럼 한 달에 한 번 수영 수업을 면제받았죠. 거짓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거짓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타샤는 엄마에게까지 거짓말을 했습니다. '남들과 같다'는 소속감,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15살, 엄마는 타샤에게 필요하지 않은 여성용품을 계속 사다 줬고 타샤는 이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24개월간 사다 준 탐폰을 모두 버렸다고 엄마가 화를 낼까 두려웠지만 결국 타샤는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화를 내기는커녕 왜 그런 거짓말을 했냐며 웃었습니다. 타샤도, 엄마도 그저 발육이 느린 줄로만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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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후로도 초경을 하지 않았고 불안함에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타샤에게는 여성 생식기가 없었고 의사는 무신경하게 "당신 몸 안에 아무것도 없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자궁과 자궁경관이 없었고, 난소는 하나뿐이었습니다. 질 역시 일부분밖에 없었습니다.

진단명은 Mayer Rokitansky Küster Hauser Syndrome(마이어 로키탄스키 쿠스터 하우저 증후군·MRKH).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선천적으로 자궁이나 질 등 생식기가 없이 태어나는 기형 질환입니다. 

진단명을 받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최종 진단명을 MRKH라고 내리려면 '타샤가 여자다'라는 전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타샤는 수없이 많은 검사와 호르몬 검사까지 받은 후에야 MRKH라는 진단명을, 당신이 생물학적으로 여자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성관계가 가능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존재를 '여성'이라 부르는 
‌사회에서 나는 여자가 맞을까
타샤는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았습니다. 질은 근육과 막으로 이루어진 관이기 때문에 질을 잡아 늘릴 수 있었죠. 극심한 고통을 주는 치료를 통해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관계를 가질 수 있었고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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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게 가능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타샤는 여성이 아닐까. 이에 타샤가 답했습니다. 

"스스로 '나는 여자다'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당신은 여자다. 
‌'여성'은 생물학적인 것도, 동정을 잃는 것도, 누군가가 정의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몸은 '나'의 일부일 뿐 몸이 나를 정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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