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에 생모 찾은 입양인…‘붕어빵 母子’

celsetta@donga.com2017-03-06 18: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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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RI.org / Stephen Smith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가 46세 중년 남성이 돼 친어머니를 찾아왔습니다. 미네소타 주에거주하는 레인 포스터볼드(Layne Fostervold·46)씨와 그 어머니 김숙년 씨(69) 는 지난 해 감동의 해후를 했습니다. 낳아 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항상 간직하고 살던 레인 씨가 몇 년 동안 꾸준히 수소문한 덕분이었습니다. 모자(母子)의 뭉클한 사연은 지난 1일 온라인 매체 ‘PRI’에 소개됐습니다.

1971년, 스물 세 살 어린 나이에 덜컥 임신하게 된 김숙년 씨는 아이를 낳았지만 주변의 눈총과 편견 때문에 매일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힘들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 당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비난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숙년 씨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딸을 어떻게 키웠기에 아버지도 없는 아이를 만들어 오느냐”는 비난에 시달려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모두 입을 모아 숙년 씨에게 ‘아빠 없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거냐, 입양 보내라’고 종용했습니다.



숙년 씨는 “그땐 내가 너무 어렸고 인생에 대해 몰랐어요. 등 떠밀리듯 아이를 보내 놓고 너무나 슬프고 걱정이 돼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입양 보낸 아들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었어요. 매일 아들을 위해 기도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생모의 간절한 마음이 레인 씨에게도 닿은 걸까요. 그는 “이상하게도, 제 친어머니가 저를 버리고 싶어서 입양 보낸 게 아니라는 느낌이 항상 있었습니다. 친어머니가 어딘가에서 절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게 있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성인이 된 레인 씨는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친어머니 찾기에 나섰지만 일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생부모 찾기를 신청한 입양인은 4790명이었지만 성공률은 14.7%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레인 씨는 한국 입양기관을 찾아 직접 서류를 뒤지며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진=레인 포스터볼드(레인 킴)씨 페이스북
레인 씨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숙년 씨는 영어를 할 줄 모르지만 둘은 몸짓, 눈빛으로 소통하며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모자간의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혈육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은 두 사람. 심지어 숙년 씨가 결혼해서 낳은 딸(레인 씨의 이부동생)과 그 아이들마저도 서로 닮았습니다. 레인 씨는 SNS에 유전자의 강력한 힘을 실감하게 하는 가족사진을 올리며 행복해 했습니다.

어렵게 아들을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숙년 씨는 유방암 4기로, 수술 뒤 항암치료 중이지만 완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숙년 씨는 어머니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들을 만나게 돼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지 몰라요. 항암치료 받는 건 아주 고된 일인데 아들이 찾아와 주니 정말 든든하네요.”

어려운 과거를 딛고 다시 만난 레인 씨와 어머니 숙년 씨.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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