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 트위터 직원 “돈 없어 못 살겠다”

celsetta@donga.com2017-03-03 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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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 Flickr @everydaydude
“이렇게 살 줄 알았더라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40대 초반에 기본급 16만 달러(약 1억 8500만 원)를 받는 한 남자의 하소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트위터 직원(이하 A씨)은 우리 돈으로 2억 원 가까운 기본급을 받고 있지만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영국 가디언이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에 사는 억대 연봉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연봉 2억이면 내 집 마련도 쉬울 것 같고 철마다 해외여행 다니며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닙니다. A씨도 입사 당시에는 넉넉한 기본급과 두둑한 성과급을 상상하며 희망에 부풀었지만 꿈은 곧 깨졌습니다. 일단 매 달 나가는 방세가 3000달러(약 346만 원)인 데다가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다네요. 심지어 3000달러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싼 축에 속한다고 합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pinterest
A씨는가족들이 갈 만 한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들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위 ‘힙’한 카페들이 들어찼습니다. 주스 한 잔 마시려고 해도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비싸요. 동네 물가가 너무 높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힙스터 취향의 세련된 상점들이 많아진 만큼 실용적이고 저렴한 가게들은 설 곳을 잃었다는 겁니다.

샌프란시스코 집값은 비싸기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들조차 물가가 비싸서 못 살겠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A씨는 2014년 방세 내느라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빈부격차가 심한 이 도시에는 노숙자도 많고, ‘벌 만큼 버는’ 사람들조차 여유롭게 살지 못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5인 1실에서 벙커 침대 하나 빌리는 데 월세가 1100달러(약 127만 원)예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벽장’을 빌렸는데, ‘개인실’이라는 이유로 1400달러(약 161만 원)를 내고 산다네요!”라며 황당해했습니다.

‘샘’이라고 이름을 밝힌 소프트웨어 회사 직원도 삶의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기괴하게 덩치가 커져 버린 정보산업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건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첨단기술분야 종사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근사해 보이지만 생각처럼 멋진 삶이 아니에요.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죠”라고 고백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지구에 누워 있는 젊은 여성 노숙자 옆으로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Gabrielle Lurie

‌남들의 몇 배나 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풍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를 어디 가서 꺼내기도 힘들고, 출퇴근길 거리에 누워 있는 노숙자들을 보면 왠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샘 씨는 “벤처 자본가들은 그 멍청한 애플리케이션인지 뭔지를 자꾸 찍어내지 말고 그 돈으로 주거난이나 노숙자 돕기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투자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8세에 이미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미쉘’씨도 샘 씨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녀는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을 눈으로 보면서 ‘내 연봉 가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살기엔 너무 빠듯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이 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죄책감 때문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완전히 다른 일을 하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요”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근로자들 중에서는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연봉이 적더라도 삶의 질이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며 다른 도시 회사로 이직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삶의 질'을 위해서 물질적 여유는 필수적이죠.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해서 꼭 더 많이 행복해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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