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아기 낳기로 결심한 어머니 “아이 장기 기증하겠다”

celsetta@donga.com2017-02-24 14:35:30
공유하기 닫기
사진=케리 영 페이스북(@keridyoung)
뱃속의 아이가 ‘뇌 없이’ 태어나게 될 거라는 선고를 듣고도 장기 기증을 위해 기꺼이 낳기로 결정한 여성이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거주하는 로이스 영 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제 아내 케리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이런 여성과 결혼해서 영광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영 부부의 사연은 20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영국판에 소개됐습니다.

“얼마 전, 우리 딸 에바(Eva)가 온전한 몸으로 태어날 수 없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 부부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슬픈 선고를 듣고 30초 뒤 케리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고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제가 열 달 다 채워서 아기를 낳으면, 우리 아기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나요?’

로이스 씨는 “순간 아내에게 경외심이 들었고 압도당했다”라고 적었습니다. 선천적으로 뇌 없이 태어난 아기는 사산될 확률이 높으며 태어난 뒤에도 30분, 길어야 일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합니다. 케리 씨는 그런 아기를 낳아 품에 안아본 뒤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곧바로 떠나 보낼 결심을 한 것입니다.



남편 로이스 씨가 찍은 케리 씨 사진. 사진=로이스 영 페이스북(@ryoung)
24시간 아기와 함께하며 뱃속의 움직임을 느꼈던 엄마가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요. 케리 씨는 “우리 아이의 생명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아기를 안아보고 싶다”며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날 운명인 딸 에바를 낳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삭인 케리 씨는 이제 곧 에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만남과 동시에 헤어짐도 찾아오겠죠. 로이스 씨는 “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우리 딸이 처한 상황을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며 아버지로서의 절절한 슬픔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우리 딸이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생일에 촛불을 끄는 걸 보고 싶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다가 거실 테이블에 부딪혀 넘어지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남자아이들과 문자 하다가 휴대폰 요금폭탄 맞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딸이 길을 따라 쭉 걸어가는 것을 세상 그 누구보다 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정말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로이스 씨와 아들 해리슨. 사진=로이스 영 페이스북(@ryoung)
두 살 난 우리 아들 해리슨이 놀다가 넘어져 다치면 아내는 반창고를 들고 와서 아이에게 묻습니다. ‘해리슨, 넌 강하니? 용감하니?’ 그러면 아들은 울음을 참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네! 전 강해요! 용감해요!’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케리는 강합니다. 용감합니다. 그녀는 놀랍고, 대단하고, 용기있고, 아름답고, 지성적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 아내입니다. 저는 정말 특별한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로이스 씨의 글은 1만번 이상 공유되며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의 글을 본 사람들은 “당신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큰 결심을 하셨군요. 아내분은 정말 대단한 여성입니다”, “경외심이 듭니다”라며 케리 씨의 고귀한 결정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