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2시간 자는 여성 “남자친구, 미안하고 고마워”

celsetta@donga.com2017-02-23 13: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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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스톡포트에 사는 22세 여성 베스 구디어 씨는 5년 전 17살 생일에 잠에 빠진 뒤 6개월 간 온전한 정신을 찾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잤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매일 거의 22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 잠에 빠지면 며칠이고 일어나지 못하는 이 병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증후군’이라고도 불립니다. 옆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흔들어도 이 병에 걸린 사람을 깨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베스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해 말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에 소개되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베스 씨의 어머니 재닌 씨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딸의 병이 클라인-레빈 증후군(KLS)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병을 가진 젊은이는 영국 전역에 100명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정신적 문제를 함께 앓고 있었습니다. 꿈도 현실도 아닌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기도 하고 때때로 환각에 시달리거나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베스 씨가 앓았던 편도염이 KLS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경전문의 가이 레쉬지너 씨는 “KLS 환자들은 대부분 현실에서 떨어져서 붕 뜬 채로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며칠, 몇 주일, 심하면 몇 달씩 잠들어 있던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되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레쉬지너 씨는 “특히 젊은 환자들은 인생 황금기에 아무 추억도 쌓을 수 없이 잠만 자는 자기 처지를 비관하기도 합니다. 참 안된 일이죠”라며 걱정을 표했습니다.

실제로 베스 씨도 잠들어 있는 사이에 고등학교 졸업과 대입 시즌이 끝나 버려 한참 동안 슬퍼했다고 합니다. 어머니 재닌 씨는 “베스는 친구들이 다 졸업하고 대학에 갔는데 자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몇 날 며칠을 우울해 했어요. 곁에서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이런 베스 씨를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또 있습니다. 3년 전 ‘깨어 있을때’ 만난 남자친구 댄 씨입니다. 올해 25세인 댄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거의 매일같이 베스 씨의 집을 찾아 여자친구가 잘 있는지 보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재닌 씨는 “댄은 정말 좋은 청년이에요. 베스를 많이 아껴주죠”라고 말했습니다.

재닌 씨는 “언젠가 베스가 여행도 다니고, 대학에도 복학하고, 가족도 꾸리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라며 딸이 어서 건강해지길 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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