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허허벌판에 물 쏟아붓는 남성…“살려야 한다”

celsetta@donga.com2017-02-21 14: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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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허허벌판에 매일같이 물탱크를 싣고 와 바닥에 물을 쏟는 남자가 칭송받고 있습니다. 동물 전문 매체 더 도도가 지난 17일 소개한 패트릭 킬론조 므왈루아 씨의 이야기입니다.

케냐에 사는 패트릭 씨는 차보 국립공원에 매일같이 차를 끌고 출근합니다. 커다란 물탱크에 물을 가득 싣고 벌판에 도착한 패트릭 씨는 탱크를 열어 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드는데요. 사람 대신 코끼리, 버팔로, 얼룩말, 영양 등 야생동물들이 패트릭 씨가 대접하는 ‘손님’입니다. 동물들은 멀리서 자동차 소리만 나도 패트릭 씨가 온다는 걸 알아차리고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주변엔 동물들이 물을 마실 만 한 곳이 없어요. 인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제가 돕지 않는다면 동물들이 다 죽을 겁니다.”



매일 물을 싣고 오는 것보다 아예 수조를 만들어 놓고 물을 공급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패트릭 씨는 “콘크리트 수조를 만들면 청소를 자주 해 줘야 합니다. 맨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주면 동물들이 물도 마시고, 진흙 목욕도 할 수 있죠. 훨씬 더 안전하고요”라며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의 구세주가 된 패트릭 씨. 워낙 관심의 대상이다 보니 동물들이 많이 몰려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밤에 물을 채워주러 갔는데 500마리는 족히 될 법 한 버팔로 떼가 미리 모여 자기 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러 자극하지만 않으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조금 식은땀이 났을 것 같네요.



이렇게 정성껏 동물들을 보살피는 패트릭 씨는 콩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농부입니다. 농사 때문에 날씨에 민감한 그는 점차 강우량이 줄어드는 걸 보고 야생동물들이 걱정돼 자발적으로 ‘물차’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차보 자원봉사단’이라는 프로젝트를 조직해 자연 지키기 봉사활동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데, 패트릭 씨는 종종 지역 학교들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도 한다네요. 자연과 동물이야말로 케냐가 지켜내야 할 미래 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트럭을 빌려서 물탱크 운송에 쓰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요. 다행히 전 세계 곳곳에서 후원해 주는 분들이 있어서 그 후원금으로 새 ‘물차’를 좀 장만하고 싶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야생동물 보호에 힘쓰는 패트릭 씨. 케냐에 있는 그에게 뜻을 같이 하 미국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패트릭 씨를 후원하는 세 명의 미국 여성들은 그의 봉사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 페이지를 만들어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수백 수천 마리 야생동물들을 살려내기 위해 느릿느릿한 물차를 끌고 벌판을 달리는 패트릭 씨. 먼 훗날 그의 이름을 교과서에서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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