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kg’ 거식증 여성 “먹고 싶어도 못 먹어”

celsetta@donga.com2017-02-20 14: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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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여성 발레리아 레비틴(44)씨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마른 여성일지도 모릅니다. 키가 172cm인 발레리아 씨는 체중이 겨우 25kg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참 혈기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지만 그녀를 제 나이로 알아보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신체 강박관념 때문에 나 같은 처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때 무리한 다이어트로 심각한 거식증에 시달린 뒤 아무리 해도 살이 찌지 않는 몸이 됐다는 발레리아 씨. 그녀에게도 ‘정상 체중’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시절 통통하다며 놀림 받은 뒤 마음의 상처를 받아 무작정 굶기 시작한 뒤로 살은 빠졌지만 무시무시한 거식증이 그녀를 덮쳤습니다.

“제가 거식증에 걸린 데는 어머니의 양육방침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희 집안에는 대대로 살 찐 사람들이 많아서, 어머니는 저도 비만이 될까 봐 걱정하셨죠. 어머니 때문에 어린 아이일 때부터 식단 조절을 해 왔어요.”



19세 때의 발레리아 씨
그러던 발레리아 씨는 16살 때 63kg정도로 체중이 불었습니다. 키와 한참 성장기인 나이를 감안하면 정상 범주 내에 드는 체격이었지만 아이 때부터 ‘살 찌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던 발레리아 씨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학 간 새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야, 축구에서 이기려면 발레리아의 커다란 엉덩이같은 한 골이 필요하다니까”라며 낄낄거리는 것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습니다.

설탕과 탄수화물을 딱 끊고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발레리아 씨는 모델 지망생이 될 정도로 날씬한 몸을 갖게 됐지만 “모델치고는 뚱뚱하다”는 말을 들은 뒤 점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말라 갔습니다. 나중에는 음식을 먹고 싶어도 속에서 받지 않아 못 먹을 정도가 됐습니다. 아주 적은 음식만으로 연명하는 발레리아 씨는 이제 빵이 어떤 맛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그녀조차 충격에 빠지게 만든 건 온라인으로 받은 ‘팬레터’였습니다. SNS에 올린 그녀의 사진을 본 여성들이 “나도 당신처럼 마르고 싶다”, “부럽다”, “어떻게 살을 뺐냐”며 메일과 댓글을 남긴 것입니다.

“이런 몸을 동경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슬펐습니다. 제 몸은 절대 정상적인 몸이 아닙니다. 자기 몸을 학대해서는 안 돼요.”‌모나코에서 보험금에 의지해 생활하며 언론 인터뷰에 응하던 발레리아 씨는 현재 소식이 끊겼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 그녀를 두고 이미 사망했다거나 은둔생활 중이라는 등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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