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없어서”…3만 원에 거리로 나온 ‘박카스 할머니’

celsetta@donga.com2017-02-17 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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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중가수들이 화려한 차림으로 무대에 서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젊고 아름다운 남녀가 등장해 사랑을 속삭입니다. 대중매체를 보면 이 세상에는 젊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과 상관없는 ‘회색 배경’처럼 느껴집니다. 나이 듦이 더 이상 지혜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입지 또한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월 28일 ‘채널 뉴스아시아’에서 공개한 짧은 다큐멘터리에는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노인 빈곤과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 성 문제 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2분 46초짜리 이 영상에는 서울 종로 일대에서 성(性)을 파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78세인 박 모 할머니는 고질병인 무릎 관절염을 잊게 해 줄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합니다. 할머니는 “나이 먹고 이런 일을 하려니 창피해 죽을 것 같다”면서도 “죽으나 사나 약을 안 먹으면 견딜 수가 없다. 나라에서 딱 먹고 살 정도는 지원해 주지만 약값은 마련할 방도가 없어서 이러고 있다”며 한탄했습니다.

고령의 박 할머니를 선뜻 써 줄 곳도 없을뿐더러 무릎이 좋지 않아 일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78세라면 은퇴해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나이이지만 박 할머니의 고단한 삶에는 그럴 여유조차 없습니다.



“애들 학교도 제대로 못 보냈지. 애들 아버지(남편) 노름을 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 교육비가 없었어. 서울이었으면 어떻게든 공짜로 나라에서 (학교를) 보내줬겠지만 그때 시골에서는…”

남편의 도박 빚 때문에 자식 교육도 못 시키고,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박 할머니는 노인이 되어 심각한 관절염까지 얻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돈으로는 약값을 댈 수 없었고 결국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할머니는 “3만원”이라고 말하기가 너무나도 수치스럽지만 약을 사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이호선 교수는 “내가 만나본 ‘박카스 할머니’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 나온 분들이었다. 그 분들께 왜 이런 일을 하시냐고 물으면 ‘너도 굶어봐’, ‘너도 배고파 봐’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신다”며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 사각지대가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서울시에서는 ‘박카스 할머니’들을 단속하기만 할 뿐, 그분들을 지원해서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도록) 돕지는 않고 있다”며 행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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