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자녀 둔 53세 중년 “난 여섯 살 여자아이”

celsetta@donga.com2017-02-13 14: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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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 중년 남성이 “난 여섯 살 여자아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캐나다 남성 ‘이었던’ 폴 월싯 씨는 평범한 중년 가장이었습니다. 기계정비 기술을 살려 정비사로 일하며 안정된 살림을 꾸려나갔고, 아내 마리아 씨와의 사이도 좋았습니다. 슬하에 자녀도 일곱 명이나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 폴 씨.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였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늘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고, 그는 40대에 그 ‘공허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성 정체성 문제였습니다.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 남자로 길러진 폴 씨였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 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아내에게 “나는 사실 여자”라고 고백했고, 남편의 충격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던 아내는 “이미 아이들도 일곱 명이나 낳아 놓고 무슨 소리냐, 농담 마라”며 황당해했습니다.



하지만 폴 씨의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을 봐서라도 참고 살자”며 설득했지만 폴 씨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부부는 결별했습니다. 폴 씨는 처자식을 떠나 홀로 살면서 ‘스테폰니’라는 여성 이름으로 개명하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도 ‘폴’에서 ‘스테폰니’가 된 그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습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스테폰니 씨에게 도움을 준 건 토론토 소재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였습니다.

이 커뮤니티의 소개 덕에 스테폰니 씨는 한 가정에 ‘입양’ 됐고, 지금은 6살 소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섯 살 아이’ 답게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마당 쓸기 같은 간단한 집안일만 하면서 하루 종일 인형놀이를 즐깁니다. 현재 스테폰니 씨의 호적상 나이는 53세입니다.



스테폰니 씨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절 입양해 주신 엄마 아빠는 제게 아주 잘 대해주세요. 언니 오빠들도 절 많이 이해해 줘요. 8살 언니가 저보고 막냇동생이 되어 달라고 하길래, 그러기로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53년 전에 태어난 스테폰니 씨지만, 새 집에서는 ‘막내 아이’ 입니다.

“제가 하는 일들은 ‘놀이 치료’라고 하는 거예요. 약물 치료도 없고, 자살 충동도 없죠. 전 그냥 재미있게 놀기만 하면 돼요.”

가족을 버린 채 자기 사정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며 비난하는 이들도 많지만 스테폰니 씨는 “난 그저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자란 스테폰니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 정체성 혼란을 느꼈으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른 채로 어른이 됐고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들 피터의 편지
가족을 떠나 여성으로 살기로 결심한 뒤 그는 일곱 아이들을 앉혀 놓고 종이를 나눠주며 “내게 할 말이 있으면 여기 써 주렴”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곱 자녀 중 단 한 명만이 아빠의 ‘새 삶’ 선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빠께. 사실 아빠가 여자 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많이 당황스러워요. 하지만 아빠가 진짜 그걸(여성이 되는 것) 원하신다면, 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사랑해요. 피터가.”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징그러워요”, “이해 못하겠어요”라고 반응했습니다.

스테폰니 씨는 지난 2012년 딸 아만다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아만다는 아빠를 결혼식에 초대했지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남자 옷을 입고, 결혼식이 진행되는 교회 뒷자리에 앉아 있을 것. 다른 친척들에게 (성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말 것’ 이었습니다. 그 날 스테폰니 씨는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뒤 그는 입양된 가정에서 ‘여섯 살 아이’로 살아가며, 외부적으로는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성 정체성에 의문을 품었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진정한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스테폰니 씨. 그는 “이제야 비로소 행복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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