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산책 나간 캐나다 남성, 브라질서 발견…“걸어서 대륙종단”

celsetta@donga.com2017-02-10 15: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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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동네 마실 나가듯 훌쩍 집을 떠난 캐나다 남성 안톤 필리파(39)씨가 브라질에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9일(현지시간) 돈도 여권도 없이 맨몸으로 길을 나선 밴쿠버 출신 남성 안톤 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5년 간 그가 이동한 거리는 1만 460km에 달합니다. 심지어 그는 독사와 벌레가 우글대는 아마존 정글을 걸어서 통과했다는데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잠깐 산책 나간 줄 알았던 안톤 씨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안톤 씨는 2009년에 조현병이 발병해 치료받고 있던 상태였고, 치료기간 중에 범죄를 저질러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나자 가족들은 안톤 씨 찾기를 포기했고 동생 스테판 씨는 한 줄기 희망만을 품은 채 형을 그리워했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스테판 씨는 최근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브라질 마나우스 시 경찰에서 온 전화로 형을 보호하고 있으니 데려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안톤 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스테판 씨와 가족들은 깜짝 놀라며 바로 브라질로 날아갔습니다.


“5년 만에 만난 형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전의 멀끔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머리도 수염도 덥수룩했고 몇 년 동안 안 씻은 듯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거지꼴로 도시를 헤매는 형을 캐나다 출신 브라질 경찰관이 발견해서 우리 가족에게 알려준 겁니다. 이제라도 형을 찾게 돼서 천만다행이에요.”

집을 나설 당시 돈 한 푼도, 여벌 옷가지도, 여권도 없었던 스테판 씨는 구걸해서 배고픔을 해결하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를 얻어타거나 정처없이 걸으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갔습니다. 도중에 아마존 정글을 통과하느라 발톱이 다 빠져버렸지만 그 외에는 상처 없이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안톤 씨의 이동경로. 사진=데일리메일
그렇다면 안톤 씨는 대체 왜 이런 여정을 시작한 걸까요. 황당하게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동생 스테판 씨는 “TV에서 책의 도시로 유명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식을 보고 무작정 집을 나선 것 같아요”라고 허탈해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안톤 씨가 정말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서는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했고, 안톤 씨는 다시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향하다가 브라질로 가게 됐습니다.

1만 460km, 중간에 버티고 있는 아마존 정글. 아무리 신체 건강한 젊은이라고 해도 무사히 살아남은 게 기적일 정도의 여정이었습니다. 어떻게 생존한 걸까요. 안톤 씨는 어떻게 살았냐는 말에 “나쁜 사람도 있었고 좋은 사람도 있었어요”라며 자세한 말을 아꼈습니다. 그는 달관한 도사처럼 “먹고 자는 건 어떻게든 됐어요.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라며 옅은 미소를 띠었습니다. ‌‌5년 동안 인생 교훈을 얻은 건 확실해 보이지만, 안톤 씨에게는 아직 범죄혐의가 남아있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스테판 씨는 "하필이면 법원 출석을 앞두고 없어졌으니 타이밍이 수상하긴 합니다. 일부러 도망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그건 아니라고 봐요. 형이 사라졌던 건 정신상태가 불안했기 때문입니다"라며 형을 두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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